양 심 (사목헌장 16항)
인간은 옳고 그름의 윤리적 판단 기준을 지니고 있습니다. 선을 행하고 악을 피
하는 확신이 바로 그것입니다.
양심은 인간 자신의 체험에 의한 확신이란 점에서 내면적 법이지만, 그것이 지
닌 절대성, 즉 윤리성 때문에 초월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것은 객관적
진리, 선의 명령 그리고 하느님의 목소리입니다.
양심은 인격을 판가름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꼭 뉘우칩니다. 그
리고 인간은 양심에 따라 스스로를 판단합니다.
양심은 인간을 진실과 선으로 인도하는 길잡이이며 동시에 절대자를 체험케 하
는 주체입니다. 양심은 절대자의 반영이며 객관적 영원법의 모상(模像)이기에
구체적 사랑의 실천을 명합니다. 자신과 이웃에게 성실할 것을 요구하며 ‘어떠
한 경우에든지’ 바른 삶을 살도록 일깨워줍니다.
요즈음 정신 심리학에 있어서 가장 훌륭한 치료의 방법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
아주는 일입니다. 양심에 따라 사는 진실된 사람들은 이웃과 필연적으로 올바
른 관계를 가지며 동시에 올바른 질서를 이룹니다.
바른 양심이 우세할 때 개인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쁨과 평화를 간직하
게 됩니다. 물론 양심은 주관적이란 이유 때문에 그 객관적 힘을 잃을 수도 있
지만, 선을 행하려는 인간의 진실된 노력, 악을 피하겠다는 굳은 의지의 결단
이 전제된 양심은 그 자체로서 객관적 권위를 지닙니다. 그래서 양심은 성역이
며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니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불가항력적 무지로 인하여 생긴 양심의 잘못된 판단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거기에는 진실된 노력이 있었다는 전제 때문에, 그
리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불가항력적이란 사실 때문에 그 양심은 보호되어
야 하며 또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공의회의 공식 가르침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양심은 인간이 정한 모든 법에 우선하며 큰 권위와 가치를 지닙니다.
정화된 마음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를 맞는 시간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늘 제법 진
지해지려고 노력합니다. 순간만의 진지함이 한 해를 정화하는 은총의 계기라
생각하면서 사랑하는 모든 분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언젠가 ‘의무적 실천’이라는 말을 한 적이 기억납니다. 종교적 삶, 곧 믿음이란
자발성에서 그 고귀함이 확인되는 법인데 의무적 실천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참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의무로라도 실천한다는 것은 비록 낮
은 것이지만 나름대로의 뜻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늘 마음에 간직하면서 민족이란 너와 나의 인간성
을 확인하는 연대성, 공유의 삶, 무엇보다도 역사적 삶에 대한 공통 인식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분열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화해와 통일이 꼭 요청됩니
다. 그리고 이것이 구체적인 현실에서 우선적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라고 봅니
다. 문제의 인식과 목적 의식 공유가 참으로 요청됩니다. 사실 인식이 생생한
만큼 일치와 통일 의식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새해에 저는 다시 문제점을 짚어봅니다.
그리고 비록 자발적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의무적으로라도 일치와 통일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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