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 다른 말 - 이회진 신부님 /2007.02.16

2007. 2. 16. 오전 9:19:58

글자
세상의 모든 언어는 서로간의 의사를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언어가 발생하면서부터
인간은 서로 다른 언어를 하게 되었고. 서로 의사소통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 아이들을 보면 놀랄 때가 있습니다.
한 번은 수도원에 부모님을 따라 3살, 5살짜리 일본 아이가 놀러 왔습니다.
하루를 묵는 동안 아이들은 참 골치 아팠습니다.
일본말을 하지 못하는 저희들로서는 아이들의 부모들이 신부님과 면담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야 했으니까요.

아이들이야 수도원에서 뛰어 놀기는 했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수사들은
뭔가 모르게 불안했습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수도회에서 돌보는 어린이집 원장님과
그 집에 사는 같은 또래의 어린 아이들 둘이 수도회를 방문했습니다.

그렇게 만난 한국 아이들과 일본 아이들을 같은 방에 집어넣었더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아이들이 두서너 시간을 거뜬히 같이 노는 것이었습니다.
신나게 뛰고 신나게 소리 지르고 무엇인가 서로 표현하면서 노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서로가 사용하는 언어는 달랐지만 서로가 표현하는 마음은 같았던가 봅니다.

그 어린이집 아이들이 서너 시간을 놀아주고 돌아갈 때는
일본 아이들이 서운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서로 잘 가고, 잘 있으라고 포옹하고 서로의 말로 인사를 나누었지만
그것은 더 이상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한 의사소통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같은 말과 같은 낱말을 사용합니다.
문화를 형성하는 민족 간 지역 간의 언어가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우리는 때로 같은 말과 같은 낱말을 사용하는데도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같은 한국말을 하는데도 서로 대화가 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것은 같은 집에 사는 공동체 회원들 간에,
또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 간에, 부모자식 간에도 일어나곤 합니다.

한국 아이들과 일본 아이들이 다른 말과 다른 낱말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두서너 시간을 신나게 함께 할 수 있었음은 무엇보다 그들이
서로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 없이 한 감정 안에서 만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반대로 우리들이 같은 말과 같은 낱말을 쓰는 데도 대화가 잘 안 되는 것은
서로 간에 “나를 이해해줄까?”, “혹시 다른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며
경계하고 상대방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같은 감정에서 만날 수 없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느님뿐만 아니라 우리도 역시 사람들이 서로 남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
사람들이 “하고자하면 무엇이든 못할 일이 없게 될 것”(창세 11,6)임을 알고 있습니다.
가정공동체이건, 사회의 다른 한 공동체이건, 수도회 공동체이건
공동체 각 구성원 간에 마음이 통하고 서로의 말을 알아듣게 되면
무엇이든 하지 못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여러 가정 공동체와 사회 공동체 그리고 수도회 공동체들 안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는 바벨탑은 너무나 분명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 각자가 서로에 대해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이기적인 마음’입니다.

서로 다른 말을 하는 어린 아이들조차 아무 거리낌 없이 신나게 놀 수 있었다면
서로 같은 말을 하는 우리들은 분명 더 멋지게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로에 대해 두려워하고 경계하는 마음을,
자신의 것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마음’을 한꺼풀만 접어도
우리는 많은 일을 서로가 기쁘고 멋지게 할 수 있습니다.
오늘 하루 내 마음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바벨탑’을 보았으면 합니다.

“주님, 입으로는 당신을 찬양하면서 몸으로는 다른 짓을 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에 대한 고백이 몸짓, 마음 짓으로도 당신에 대한 찬양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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