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16.금
| 마르코 복음 8장 34절-9장 1절 | ||
|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 ||
| 선택 이정호신부 | ||
| 가끔 밖에서 식사를 하게 될 때 동행한 분들이 무엇을 먹고 싶냐고 저의 의향을 물어보실 때가 있습니다. 너무 비싼 건 부담스러워 안되겠고 같이 먹을 상대는 무엇을 좋아할까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무엇을 택해야 될지 몰라 언제서부턴가 된장찌개라고 대답하기 시작했습니다. 된장찌개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보편적인 메뉴이기도 하고 제가 실제로도 좋아하니까요. 여러 상황들을 고려하다보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을 한다는 게 참 어렵습니다.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과 사람됨을 알아볼 수가 있습니다. 무엇을 택하는지 왜 택하는지는 결국 나의 됨됨이와 가치관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요. 우리가 매일 제 목숨을 걸고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선택은 결국 나를 드러내고 또 나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사랑하고 희생하기를 늘 결심하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진정한 나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과 마음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은데 결심만 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사랑하기 위한 작은 선택, 선택에서 오는 고통과 번거로움을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할 때 우리의 선택은 십자가의 선택을 닮아갑니다. | ||
| 정말 중요한 것 | ||
| 저는 도시가스 안전 점검원입니다. 검침을 다니다보면 부모 없이 아이들만 집을 지키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얼마 전 저녁 무렵이었어요. 아파트 검침을 하다가 현관 밖에 계량기 지침을 적어놓지 않은 집에서 초인종을눌렀어요. 대여섯 살 정도 된 남자아이가 문을 열었고 전 계량기를 직접 보기 위해 집안으로 들어섰죠. 순간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지러운 집안 모습에 놀랐지만 뭐 솔직히 그런 집도 꽤 많이 봤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계량기 지침을 적고 나오다가 거실 소파에 서너 살 된 어린 여자아이가 인형을 안고 힘 없이 누워 있는 게 눈에 띄었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너무 아파 보였죠. 엄마는 어디갔는지 모르고 아빠가 마침 들어오시더군요. 제 직업을 밝히고 아이가 너무 열이 높으니 해열제부터 빨리 먹이셔야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너무나 싸늘한 표정으로 저를 내몰더니 문을 닫아버리셨어요. 전 그 집앞에서 한참 동안 떠날 수가 없었답니다. 힘없이 누워 텔레비전 화면만 응시하던 그 여자아이의 얼굴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밥 먹은 흔적도 없이 설거지만 잔뜩 쌓여 있던 부엌을 생각하며 저녁밥은 먹었을까, 해열제 먹고 열은좀 내렸을까. 하루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히더라구요. 집안까지 들어가 계량기 검침을 하고 가스점검도 하는 직업이라 밤늦은 시간에도 남의 집을 들어가게 되는데 정말 가슴저린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엄마가 밖에서 전화로 배달시킨 김밥을 물도 없이 먹어가며 텔레비전을 코앞에서 보고 있는 아이들. 금세라도 귀신이 나올 듯한 엉망인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제 자신에게도 되뇌게 되네요. 노인분들만 앉아 계시는 텅빈 놀이터가 오늘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네요. 모든 아이들이 따스한 가정에서 사랑을 느끼며 밝게 뛰놀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가 되기를간절히 바랍니다. 조윤신 |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