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15 /[강론]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하다[이회진신부님]

2007. 2. 16. 오전 9:05:02

글자

수도원에 처음 들어왔던 해 여름에

고령 들꽃마을이라는 곳에서 약 한 달간 지낸 적이 있습니다.

처음 수도원에 대해 가졌던 이상적인 생각들이 꿈이었다는 것을,

현실과는 너무나도 멀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 마음을 추스리기 위해 찾아간 곳이 바로 들꽃 마을이었습니다.


한 달간 그곳에서 여러 가지 체험을 했었는데

그중에서 지금도 몹시 후회하고 있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어느 날 들꽃마을 책임 신부님이 저에게 어린 아이들의 공부를 맡겼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지만 사정상 아직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초적인 것을 가르치는 일이었습니다.


서너 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

그중 한 아이가 문제였습니다.


그 아이는 ㄱㄴ은 물론 1,2,3,4 도 쓸 줄 몰랐습니다.

1,2,3,4와 ㄱㄴ을 쓸 줄 모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줄을 똑바로 내려 긋지도 옆으로 긋지도 못하는 심한 학습(?)장애 아동이었죠.

그런 경우를 처음 당한 저로서는 너무나 당황했답니다.

어찌할 바를 몰랐죠.


1시간 내내 그 아이만을 붙잡고 줄을 똑바로 긋는 연습을 했습니다.

손을 잡고 그려도 보았지만,

혼자 그리게 하면 역시나 그리지 못했죠.

문제는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공부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그 아이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찾아갔죠.

그런데 저를 그 아이가 갑자가 뒤돌아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뜻하지 않은 추격전이 펼쳐졌고,

한 동안 계속되는 추격전에 전 화가 나서 꼭 잡겠다는 의지로 끝까지 쫒아갔습니다.

아이는 위협을 느꼈는지 달아나면서 울기 시작했습니다.

한참만에 붙잡았는데 아이는 겁에 질려 파랗게 변해있었습니다.


다른 봉사자들과 책임자 신부님도 놀라서 무슨 일인가 하고 다들 나와보고

아이는 펑펑 울고 … 정말 난감하더군요.


그날로 저는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서 다른 일로 옮기게 되었죠.

한 마디로 단 이틀만에 잘리고 만 것이죠.


왜 그렇게 악이 바친 듯이 쫒아갔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제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아마도 "집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가섬의 준비도 없이 나의 질서에 편입되어 따라오기를 바랐던

나의 생각에 대한 집착이었던 것이죠.

그렇게 나의 질서에 대해 집착하게 되니

정작 중요한 것을 망각이라는 이름으로 삼켜버리고

눈앞에 보이는 것에 화를 내며 그것에 집착하고 말았던 것이죠.


오늘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예고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놀라우신 능력이라면 분명 다른 길을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베드로는 예수님을 존경하고 따르지만 자신의 생각과 이상에 사로잡혀 집착함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계획이라는 예수님의 사명은 잊어버리고

오히려 격정적으로 쏟아지는 감정에 휩싸여 예수님을 붙잡고 늘어지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그러한 자기 관념, 생각에 대한 집착에 대해 꾸짖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는 달아나며 우는 그 아이의 울음소리조차 마음에 담지 못하였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달아나며 우는 아이를 끝까지 뒤쫓지는 않지만

다른 모습 안에서 여전히 집착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합니다.

특히나 공동체의 다른 형제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해 주었으면” 하는 생각은

끊임없이 제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하고 있죠.

그때마다 하느님은 인간의 일이 아닌 하느님의 일을 기억하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예수님, 오늘 함께 사는 사람들의 아픔을 제 마음에 담아주시어, 그 아픔을 함께 나누게하여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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