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 6 주간 금요일/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목숨 - 조성호 신부님

2007. 2. 16. 오전 9:14:53

글자

다해 연중 제 6 주간 금요일

2006. 2. 16.

토평동.

창세 11, 1-9.

마르 8, 34-9, 1.

당신 앞에 서서 당신을 나무라는 베드로를 꾸짖으신 예수님께서는 다시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불러 차근히 그러나 단호하게 설명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르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르 8, 34)

이 말을 살펴보면, 우리는 그분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초대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나’는 당신의 뒤를 따를 사람으로 좁혀집니다. 즉 따를 마음이 있다고 하면서도 그분의 뒤에 서서 그분의 뜻을 따를 자세가 아니라면 이미 탈락인 것입니다. 뒤에 선 사람은 그분을 채우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합니다. 부지런히 비우지 않고서야 그 안을 채울 수 없습니다.

자기를 버릴 때 십자가를 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얼마나 놀랐습니까? 예수님의 이 말씀의 순서. 자기로 꽉 차 있는 이가, 자기 자신을 주장하는 이가 어찌 십자가를 질 수 있습니까?

이 말을 우리는 영성적으로 알아듣지만, 그러나 이 말을 듣고 있던 마르코복음의 독자는 실제적인 것이었습니다. 곁에서 십자가를 지고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때 먼저 십자가를 지고 가신 주 예수를 떠올리는 이 말씀, 주님께서는 당신의 십자가를 지고 가셨고, 부활의 영광을 얻었습니다. 살고 싶지만 그런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게 될 때 얻게 되는 것, 바로 그것이 주님의 영광이고, 진정 목숨이라면 이 세상에서의 목숨은 버릴 수 있다고 여겼던 것입니다.

“사람이 제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마르 8, 37)

초대교회 신앙인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숨을 주님께서 주시는 영원한 생명과 맞바꾸었습니다. 예수께서 목숨을 버린 사람은 목숨을 얻을 것이라고 말씀하실 때, 그 목숨은 지나갈 몸인 생명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목숨을 버리고 얻게 되는 생명은 영원한 생명입니다.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이라면 아무리 많은 재물을 준다 하더라도 제 목숨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내 목숨이 귀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처럼 영원한 생명은 값으로 따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주님을 따르는 이들은 이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사람들이고, 그것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다른 것을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심지어 이승의 목숨까지도 말입니다. 그것이 영원한 목숨을 얻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순교자들은 이 말씀을 믿고 희망을 바라보며 기꺼이 제 십자가를 지고 먼저 가신 예수님 뒤를 따랐습니다. 이것은 증거이며 우리도 역시 그 삶을 산다면 주님의 영광에 동참할 것입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것이 목숨이거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덧없는 쾌락과 재물에 자신의 목숨을 버렸습니까? 우리는 주님께서 주신 목숨을 그런 것들과 맞바꾸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복음 때문에 내어놓는 삶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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