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전 동네 개신교 전도사님으로부터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대충 용건만 간단히 하고 끊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통화가 길어졌다.
나는 좋은 사람도 아닌데 자꾸만 그쪽에서 호의적인 태도로 다가오니
괜시리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동네에 살면서 얼굴한번 보기 힘들다느니...
언제 한번 식사에 초대한다느니..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을수 있는 사람이라느니 등등...
조카에게서 전화가 걸려와서 길고 긴 통화를 간신히 끊을수 있었다.
휴 ~ ~ ㅠ ㅠ
얼마전,
나는 오른쪽 팔목을 심하게 다치는 부상을 입었다.
600평이나 되는 마른땅에 호미질을 너무 심하게 해서인지
그날 저녁 오른쪽 팔목이 눈에 띄게 심하게 부풀어 오르더니
급기야는 팔목을 쓸수가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
왜,
하느님은 나에게 오른쪽 팔목의 아픔을 허락하셨을까?
어제 미사할때도 성호경 그을때 도저히 오른손을 올릴수가 없어서
왼손으로 성호경을 그었다.
한번도 해 보지 않았는 왼손으로 성호경 긋기!
참 우습다.
그러나 의외로 어색하지가 않았다.
그래,
분명 하느님의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것이야!
나에게 무슨 안좋은 일이 일어나면 나는 될수 있으면
하느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묵상해 보는 습관이 있다.
오른쪽 팔목이 많이 아프니 왼쪽손이 수고를 많이 한다.
그리고 나의 온마음과 정신이 오른쪽 팔목에 가 있다.
어떻하면 빨리 나을수 있을까?하고...
그리스도의 지체들인 우리들도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다른지체들도 함께 힘들어하고,
우리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사랑은 그 힘들어하는 지체에게 더 쏟아진다는것을
깊게 묵상할수 있었다.
어제 성당가는 길에 우리동네 게신교신자가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집을 방문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았다.
전에 그 자매가 주로 우리집에 와서 쓰잘대기 없는 기복신앙이야기나 하고
나에게 은근히 개종을 요구하기도 해서 별로 가보고 싶지가 않았었다.
오늘은 일하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분명 하느님의 깊은 뜻이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그 자매님 집을 방문했었다.
하느님께서는 그 자매가 고통스러워하고 있을때 함께 고통스러워 하고 있었음을,
그 자매가 힘들어할때 함께 울고 있었음을 방문을 통해 나는 쉽게 알수 있었다.
한번도 해 본적 없는 왼손으로 성호경긋기!
한번도 해본적없는 개신교신자의 가정방문!
그래,
하느님께서는 한번도 해본적없는 일을 나에게 시키시려고
오른쪽 팔목을 다치게 허락하셨구나!
너무나도 기뻐하며 나에게만 말문을 여는 그 자매를 보면서,
하느님께서 왜 나에게 오른손 팔목을 심하게 다치게 하셨는지를 깊게 묵상할수 있었다.
오늘은 참 많은 것을 그 자매를 통해 얻을수 있었다.
환하게 웃는 그 자매를 보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큰 재앙은
같은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는 나의 닫힌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은 보편적이다.
예수님께서는 이것을 드러내보이시기 위해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내려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신 것이다.
내종교, 내 가족, 내자신만을 생각하는 우리의 닫힌 마음이 펴지지 않고 열리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은 결국 키다리아저씨네 높은 담장일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은 특정한 종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