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크리스마스..

2011. 6. 24. 오후 10: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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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뜻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뭐 얼마나 인생을 알아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누구나 평범하게 살아가며 행복을 누리고 있다면
특히나 충격이라면 충격이 큰 것이 뜻하지 않았던 일에서 생깁니다. 그것이 크나 작으나 간에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면서도 아무것이 아닌 것이 때때로 우리 삶에 숨어 있습니다.
전혀 낌새가 없다가 갑자기 마음 속에 나타나 불현듯 그것을 잡고 살아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보통사람이라면 그저 먹고 사는 문제에 치여서 자신의 삶을 돌아볼 여유가 더 없습니다.
 
생의 반환점을 돌았을 즈음의 나이에 나타나는 현상을 저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고 부릅니다.
어떤 사람은 사추기라고도 하고 제 2의 인생이라고도 부릅니다. 제가 특별히 무엇인가를 연구해서
반환점을 돈 인생을 이렇게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제 마음이 그렇게 느끼기 때문입니다. 한국에 있을 때
정말 정신없이 살았습니다. 무엇인가에 쫓기며 죽자살자 앞만 보고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 어 이렇게 살다가 정말 죽도 밥도 안되겠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더 불안해지고
한편으로는 '가만 있어봐라 이것 말고 다른 방법이 정말 없는건가?'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시선을 제게로
돌리게 되었습니다.
 
마라톤을 하다보면 반환점을 돌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반환점이 따로 설치가 안된 그런 대회도 있습니다만
대부분 반환점을 돌게 되면 이제 반만 뛰면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안도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고~~ 어떻게 온 길 다시 뛰어가냐!' 이렇게도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은 주자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반환점이니 힘내쇼' 하며 스스로에게 힘을 불어넣기도 하고
'아이고 언제 반환점 돌려고 그러나~'하는 측은한 감정도 생깁니다. 그것은 도대체 뭐가 나온다고 그 지랄을
떨며 뛰고 있나 하는 자책의 반영이기도 합니다.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이야기하면서 마라톤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생을 비유할 때 마라톤을 많이 언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의지로 시작한 인생이 아니어서 도대체 출발점과 결승점이 어딘지 모르는 인생을 마라톤이라는 것과
비교하는 것이 때때로 맞는 것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사실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아닌 것이
또한 우리의 인생이죠. 저도 뭐에 홀렸는지 모르게 정말 열심히 마라톤을 했습니다. 죽어라 죽어라 달렸죠.
인생이 그런 것 아닐까요. 그냥 죽어라 죽어라 달리는 겁니다. 그러다 반환점을 돌면 머릿속에 차르르르
돌아가는 그동안의 삶이 보여지고 잠시 쉼을 갖게 됩니다. 정신적인 그 쉼에서 나머지 반에 대한 설계가
다시 들어가고 그동안 유지했던 인생관이 바뀌기도 하죠. 마치 한여름의 뙤약볓 밑에서 눈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꿈꾸었던 것과 같은 그런 것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반환점을 돈 인생의 그 시점을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 제목을 가진 영화도 있었죠. 보진 못했지만 가슴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 또한 같지 않을까요? 사랑으로 가득찬 인생..
 
이곳 호주는 크리스마스가 한여름이다보니 정말 덥습니다. 그러나, 나름 매력이 많이 있답니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저처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가 있는 나라. 올 여름도 사랑 많이 하는 크리스마스이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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