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교황님

2005. 4. 17. 오전 11:34:49

글자

 

 

최 성은 지음, 안녕하세요 교황님, 바다출판사

 

이 책을 읽어가면서 입술은 미소로 자꾸 꼬리가 올라가고

눈에는 눈물이 고이는데 가슴은 따스함이 소복소복 쌓여 갔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폴란드 문학 전공자로서, 그리고 가톨릭 신자로서 재위 26주년을 맞이한 교황님께 드리는  자그마한 정성이자 소박한 찬미의 노래`입니다.

 

 이 책의 표지에 실린 교황님 모습!

ㅎㅎㅎㄲㄲㄲ. `배트맨`을 하고 계세요.

왜 그거 있잖아요. 엄지와 검지를 오므려서 동그라미를 만들어 두 눈에 살짝 갖다댄 -저자의 말로는 `귀여운`-

포즈요.

 이 책을 만나게 된 저자의 인연이 참 재미나요. `섭리`였다고 여겨지네요.

 

 폴란드에서 학위를 마치고 한국에서 시작한 연구소 생활이 녹록치 않아, 초심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폴란드엘 갔대요. 그 해 폴란드는 10여 년 만의 무더위로 제 2의 고향을 찾아든 저자의 기대를 무너뜨렸대요. 어느 날 전철을 잘못탔고 중간에 내린 곳 가판대에서 이 책을 만났대요.

 우리 말로 하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꽃송이들`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제목의 책을요.

 

 그런데 그 책의 표지에 실려있는 교황님은 호기심 많은 순수한 어린아이처럼 세상을 좀더 많이, 좀더 자세하게 보고 싶다는 듯 그 귀여운 포즈를 하고 계셧던 거예요.

 교황님의 느닷없는 천진난만한 모습이 단숨에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힌 저자,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그 책을 집어드는 순간  내 가슴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책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얽힌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실려 있었다."

 당장 사려 했더니 마침 폴란드 화폐가 바닥나, 책장수 할머니에게 이 책은 아무에게도 팔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서 환전을 해서 마침내 그 책을 손에 넣을 수 있었대요.

 

 "신들린 사람처럼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평소 교황님을  사랑하고 아끼던 가까운 친지들이 마치 소중한 보물상자를 열어 보이듯 차분차분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에는 어린 시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아닌 `인간` 카롤 보이티와의 진솔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가난과 겸손, 그리고 신앙을 온 몸으로 실천했던 교황님의 생애는 내게 이렇게 말해 주고 잇었다.

 `괜찮아, 그토록 높이 오르려고 애쓰지 않아도 돼. 삶의 무게는 그렇게 힘겨운 것만은 아니니 천천히 조금씩 오르렴.`

  그 책은 운명처럼 내 손에 들어왔다."

 

 저자는 이 책을 번역하면 할 수록 이 책을 알게 된 것이 새삼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고 또 행복해서, 꿈에서도 책에 나온 이야기가 어른거릴 정도로 흥에 겨웠대요.

 그리고 가벼운 에피소드만 모아서 책을 만들기에는 교황님이 일구어놓은 업적이 너무나 위대했기 때문에 여러 자료들-책자, 인터넷을 통한 폴란드 일간지 스크랩, 교황님에 관한 폴란드 인터넷 사이트 모조리 검색 등등-을 모아 교황님의 생애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았어요.

 어린 시절부터 청년, 사제, 주교, 추기경 시절의 이야기 그리고 교황님으로 사시는 시간의 이야기입니다. 사진도 꽤 있어요. 한 살배기 아기 카롤 보이티와는 에고, 얼마나 앙징맞고 귀여운지......

 

책의 서두에 이런 시가 실려 있습니다.

 

분쟁과 불화가 만연한 가운데

신께서 마침내 거대한 종을 울리시리라.

여기 슬라브인 교황을 위한 왕좌가 비었노라.

주님의 왕국을 세우기 위해 힘을 길러야 하느니,

여기 우리의 형제, 슬라브인 교황이 오고 있다.

 

 율리우쉬 스워바츠키

 

 19세기에 폴란드가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분할 점령당하고 국권을 상실했을 무렵, 민족시인 스워바츠키는 언젠가 슬라브인 가운데 교황이 탄생하리라는 희망의 자작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 희망은 위대한 예언이 되어 적중했다. 정확히 130년의 세월이 흐른 뒤인 1978년 10월 16일, 폴란드 소년 마롤 보이티와가 가톨릭의 수장인 교황으로 선출된 것이다.

 

 교황님의 생애를 죽 보면서 자꾸 `그분께서 마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황님께 주어졌던 고통-특히나 어머니, 형, 아버지를 떠나 보낸야 했던-의 시간들, 그걸 극복해 내는 과정의 시간들,  시를 쓰고 연극을 하며 열정적으로 살던 삶을 접고 사제의 길로 나아간 일, 노동자로서의 삶, 숨어지내야 했던 순간들, 중책이 맡겨질 때마다 받아들이는 자세......

 순간순간 주님과 일치되어 투신하는 삶을 사셨어요.

 교황님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셨는데 큰 덩어리로 만나신 게 아니세요. 그 사람들 하나 하나 하나 하나.

 한 사람, 한 사람이 그분께 다 각별했어요. 만나는 사람들은 다 그걸 알았죠. 우리 한반도에 대한 사랑과 정성, 익히 들어 알고 계시죠?

 한 번도 가까이서 뵌 적이 없는 저까지도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마치 교황님과 둘이서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얼마나 정성들여 만나고 계시던지요. 사람을 살리시는 분!

 

 교황님은 몸 안 기득 유머가 채워져 있으셨던 것 같아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시는 유머가 가득가득이예요.

 

 한때 교황 요한 마오로 2세의 건강 문제가 매일같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던 적이 있었다. 기자들은 심심찮게 교황의 건강 상태를 놓고 이러쿵 저러쿵 추측 기기사를 썼다

 하루는 교황청의 누군가가 오늘은 건강이 좀 어떠시냐고 문안인사를 하자 교황의 대답.

 "나도 잘 모르겠소. 아직 오늘 아침신문을 읽지 못했거든."

 

 자유와 평화, 화해를 기원하며 격동의 20세기극 넘기고 새 천년에 이른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고령에 힘겨운 투병도 불사하면서 세계를 무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을 다했다. 손을 들어 올리고 고개를 가누고 발걸음을 떼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중병을 앓고 있으면서도 병석에 누워 있기를 거부하고, 쉼없이 일하면서도 인간으로서 겪는 고통을 애써 감추려 하지도 않는다  비록 노쇠하고 병약한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 연약함을 통해 더욱 더 위대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264쪽

`

 측근들이 병약한 모습을 공개하는것에 대해 반대를 하자, `우리 주님은 십자가를 감추지 않으셨다`고 하시며 자신의 모습을 다 드러내신 교황님은 우리에게 많은 걸 깨닫게 해 주셨습습니다. 늙고 병들고 죽어감에 대해서요.

 

 교황님을 보내 드리고 나니, 하느님께서 우리 인간을 얼마나 극진히 사랑하고 계신지 새삼 까달아 집니다. 우리에게 그처럼 위대한 목자를 주셨었군요! 가장 낮고 작은 분! 빛! 예수님을 보여주신 분!

 

 그가 재위했던 4반 세기의 역사는 신에 대한 열정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 결합된 참으로 아름다운 세월이었다.   2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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