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로마에서 온 세 폭의 성화, 따뜻한 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시집입니다.
역자해설을 좀 들어 볼까요?
카롤 보이티와의 작품이 지면을 통해 사람들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1993년, 그의 나이 아홉 살 때다. 학교신문 <작은 종>에 발표한 `주일 날 종소리`란 시가 호평을 받으면서 어린 카롤은 본격적으로 글쓰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학교에서 개최하는 시 낭송회에서 틈틈이 습작을 발표하며 문학에의 꿈을 키워나가던 카롤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학교 연극반에 가입하여 배우로서, 그리고 제작자와 시나리오 작가로서 눈부신 활약을 하게 된다. ............. 문학에 대힌 열정에 흠뻑 빠져 있던 카롤은 폴란드어문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한다.
2003년 3월 6일 모국 폴란드와 이탈리아에서 동시에 출판된 `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는 폴란드에서만 초판 30만부를 발행했으나 책이 나오기도 전에 예약주문으로 80%가 팔리는 진기록을 세웠고, 한 달만에 재판 인쇄에 들어갔다. 폴란드에서 문학작품의 베스트 셀러의 기준이 1만 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교황의 시집에 대한 출판시장의 열기는 대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시인`으로서의 삶을 오랫동안 접었던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새삼스레 시집을 내자 항간에는 그 집필동기를 두고 많은 이야기가 떠돌았다. 본문 가운데 차기 교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고백한 구절을 예로 들면서 교황이 유언을 위해 쓴 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 교황이 25년 만에 시인으로 돌아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다름아닌 2002년 8월의 모국 폴란드 방문이었다.
.....................란츠코로나 산중에서 장엄한 경관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겼던 교황 바오로 2세는 바티칸으로 돌아오자마자 시집을 집필하게 된다. 교황이 쓴 `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의 원고 말미에는 "2002년 9월 14일 카스텔간돌포"라는 메모가 적혀 있다. 결국 이 작품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폴란드 방문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간 2002년 8월 19일부터 약 한 달 동안에 쓰여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래 시의 원제는 폴란드어로 "Tryptyk Rzymski", 직역하면 "로마의 세 폭짜리 제단화"란 뜻이다. "트립틱"
(Trypptyk, Trittico)이란 세 폭으로 구성된 성화를 병풍처럼 둘러 성당 안에 있는 제단의의 배후를 장식하는, 3부작의 종교화를 일컫는 말이다.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용어는 미술사에서는 일반화되어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져 잇지 않아 "로마에서 온 세 폭의 성화"로 의역하게 되었다.
독자들은 `로마에서 온 세 폭의 성화`라는 부제에서부터 시의 구성과 형식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에서 제대가 놓여있는 제단은 가장 거룩하고 신성한 장소로 이 곳에서 여러 폭의 종교화를 병풍처럼 둘러 장식하는 것은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부터의 관습이었다. 바로 이 제단화처럼 간절한 성심으로 신께 헌정하는 세 편의 연작시로 이루어진 `내 안에 그대 안식처 있으니`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진솔한 신앙고백이자 명상록이라 할 수 있다.
역자의 말대로 신앙고백이자 명상록인 이 시집을 읽으며 저도 교황님 따라 깊은 곳으로 들어갑니다.
보내드리고 나서 여리고 얇아진 제 마음 가득 당신의 마음을 느껴 봅니다. 사랑과 평화와 일치!
이 시집의 왼 쪽 면은 시스티나 소성당의 명화나 조각품, 교황님의 육필 원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이 실려 있어요.
그리고 역자 최 성은 님은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에에서 폴란드 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교우인데 이분의 번역노트와 역자해설도 교황님의 시를 더 잘 감상하도록 도와줍니다.
또 고 종희 님이 시스티나 소성당의 미켈란젤로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감상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시 하나 소개할게요.
에필로그
여기 신비스런 시스티나 벽화의 발치에
추기경들이 모여든다.
천국의 열쇠를 승계하기 위한 막중한 공동 책임을 안고
바로 이 곳에 모인다
미켈란젤로는 또다시 그들의 시선을 고정시킨다
"그 분 안에서 우리는 숨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
그분은 누구인가
여기 전능하신 아버지, 위대한 창조의 손길이
아담에게로 향하고 잇다
태초에 하느님께서 창조하셨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시는 그분께서...
시스티나 중앙 벽화는
그 옛날 주의 말씀을 설파하고 있느니;
너는 베드로다
Tu es Petrus
-요나의 아들 시몬이 듣는다
"너에게 천국의 열쇠를 주노라"
사람들에게 열쇠를 승계하고 관리할 것을 당부하셨다
여기에 그들이 모이면
미켈란젤로가 남긴 형상
시스티나 천장화가 그들을 에워싼다-
기억에 생생한 어느 해 8월과 10월
두 번의 콘클라베(Con-clave)에서도 그러했거늘.
나의 죽음 뒤에
필요한 순간이 찾아들면 또다시 그러하리라
미켈란젤로의 형상이 그들을 향해
설교할 필요가 있으리니
콘클라베, 천국의 열쇠를 승계하고 관리하는
공동의 막중한 책무를
바로 여기에서 그들은
시작과 종말 사이,
창조의 날과 심판의 날 사이에 놓인
스스로를 보게 되리라
한 번 죽는 것은 인간의 운명, 그 뒤에는 심판이 따른다!
최후에 찾아드는 명백함, 그리고 빛
역사의 명백함-
양심의 명백함-
콘클라베에서 미켈란젤로는
사람들을 일깨워 자각을 촉구할 필요가 있느니
부디 잊지 말기를
모든 것이 그분의 눈 앞에서 벌거숭이로 병백하게 드러났느니
Omnia mudaet aperta sunt ante oculos Eius.
모든 것을 관통하는 분이여,
지목하소서!
그분께서 지목해 주시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