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회숙의 클래식 오딧세이, 청아출판사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글 속에서 음악과 예술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가지고 살아 온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과 만나게 될 것이다. ......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추상예술인 음악을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음악은 분명 내 가슴 속에 있는데, 이것을 적절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왜 그렇게 힘들던지... 위대한 음악가의 명곡들이 내 초라한 언어 앞에서 본래의 빛을 상실한 것같아 안타까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저자 서문 중에서
저자는 명곡들의 빛의 상실 운운하고 있지만 그냥 음악이 좋아서 들어대는 저같은 아마추어한테는 저자의 글들이 명곡에 빛을 더해 줍니다. 아니, 명곡들이 이제야 빛나기 시작했다고 하는 편이 옳겠습니다.
이 책에 소개된 곡들은 우리들이 흔히 들었던 곡들이 많아요. 평소에 좋아해서 수없이 들었던 곡도 있을 거예요. 그런데 저자의 얘기를 읽고 다시 들으면 더 깊게 그 속까지도 들리더군요.
저자는 곡 하나하나를 소개하면서 문학과 미술, 자신의 여행 얘기 그리고 삶의 체험들을 얘기해요. 시도 들려주고 그림, 조각, 건축도 보여주고 여행지에서의 사진도 보여줘요. 자신의 말대로 총체적인 진회숙이 담긴 글들입니다.
제게 제일 기억에 남은 곡은 바흐 <마태 수난곡> 중 알토 아리아, <나의 하느님, 눈물로써 기도하는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예요. 이 곡을 얘기하면서 독일 여류작가 캐테 콜비츠의 <피에타>라는 조각품을 보여주는데 `어헉!!` (캐테 콜비츠는 아들도, 손자도 전쟁으로 하여 잃었다.)
나는 감성적으로 이 두 작품 사이에, 아니 바흐와 캐테 사이에 어떤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이 두 사람 모두 인간이 처한 어떤 상황을 말하고자 할 때 거의 본능적으로 종교적인 감성으로 소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에타>라는 종교적인 주제를 전쟁의 비극과 같은 인간적인 주제를 형상화시키는데 이용한 캐테나 <마태 수난곡>이라는 종교적인 형식 속에 나약한 인간의 호소와 기도를 담은 바흐 모두 그렇다. 이들의 작품 속에서 성(聖)과 속(俗)은 비로소 하나의 합일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39쪽)
이 글을 읽고 마태 수난곡을 다시 들어 보니
더 깊이 저 바닥까지 들려 옵니다.
어린 시절을 추억케 하는 곡 얘기도 있어요.
`짐 노페디`로 잘 알려진 에릭 사티의 곡 <관료적인 소나티네>.
저는 이 곡을 들으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음이 나온다는 생각은 했었어요. 그런데 그게 바이엘 끝낸 다음 치던, 그 클레멘티의 소나티네를 사티가 그렇게 슬쩍 원곡을 빗나가게 만들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네요. 너무 재미있죠?
에릭 사티(1866-1925)는 풍자와 해학을 즐기는 사람이었답니다.
저자도 얘기하고 있지만 나이가 듦으로써 그전엔 보이지 않던 것, 들리지 않던 것,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이제야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고 합니다. 음악도 미술도 사랑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