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에서 18년 동안 부치지 못한 편지

2005. 1. 12. 오후 11: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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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어수갑, 베를린에서 18년 동안 부치지 못한 편지, 휴머니스트

 

이 글은 주로 1980 년대 중반부터 1990 년대에 걸친, 내 삶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기의 기록이다. 개인의 이야기지만 또한 거친 시대와 부대끼며 불편하게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는 비뚤어진 역사가 어떻게 지극히 평범한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는지를 사적인 이야기로 담담히 말하고자 한다.

                                                                                                     -저자의 말  17쪽

 

 저자는 담담히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음이 분명한데 읽는 저는 담담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유난히 질좋은 양심을 지닌 저자가 온몸, 온맘으로 타자와 연대하여 시대를 살아내려 했기에 짊어져야 했던 짧지 않은 시간과 가볍지 않은 고통의 무게가 안이하게 살아온 저를 두드려 대는군요.

 

저자는 자신의 삶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같으면 인생도표의 아래  깊숙한 곳에 두었을 것들을 수두룩히 위에 두고 있으니 말입니다.

베를린에서 유학 중이던 그에게 북으로 가는 임수경이, 네 시간 머문 일로, 10여 년 고국에 발도 못 들여놓고

갖가지 고초를 겪으며 인간들의 얇고 얕고 약한 속내를 다 보아 버립니다. 살기에 지쳐 버린 그가 아들을 고국의 어머니께 보내놓고 치욕 뿐인 삶을 청산하겠다고 묻힐 자리를 찾아 알프스를 헤매다, 문득 바위 사이로 쏟아지는 빛을 따라가 보니 눈발을 헤치고 이름모를 들꽃들이 융단처럼 펼쳐져 하늘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생명의 경외에 눌려 입으로 하느님을 불렀습니다.

 그리곤 하느님께서 자신을 사랑하신다는 확신을 안고 내려와 오늘까지입니다.

 저자는 오랫 동안 하느님을 부르지 않았었다지요.

 

 이제 그는 50을 넘긴 중년의 사내입니다.

 자신이 말하듯 평범한 한 인간인 그를 결코 평범하게 놔두지 않았던 세월을 살아내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그의 이야기 하나하나가 내 인생을 바라보는 `깊은 눈`을 갖는 데 무척 도움이 되는군요.

 

 지금 그는 정말 착한 아내 `들몰댁`과  자칭 아나키스트이자 펑키인 대학 2학년 아들과 베를린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답니다. 그는 말합니다.

 "무릇 진정한 사랑이란 상처를 받아야 하며, 자기 자신을 비워내야 하는 것입니다."

댓글 1

  • 2005년 1월 18일 오전 10:43

    책 읽은 후 마음이 애잔합니다. 주님 앞에서 그 분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분의 순한 감내가 제 마음을 비워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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