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구치 지로지음, 양억관 옮김, 열네살 1-2, 샘터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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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57)는 2003년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저명한 만화가이지만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이름이다. 앙굴렘 수상작인 이 만화는 그 생소함을 깰 뿐 아니라 독자를 단숨에 그의 팬으로 만들어버릴 만큼 강력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48세의 건축설계사 나카하라 히로시는 교토 출장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어떤 마술 같은 힘에 이끌려 고향행 기차를 탄다. 고향의 어머니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찰에서 그는 정신을 잃는다. 깨어 보니 열네 살. 멋지게도 몸은 소년으로 돌아갔는데 정신은 48세 그대로다.
만화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이라는 후회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기회를 잡은 어느 중년 남자를 보여준다. 다시 시작한 히로시의 14세는 완벽하다.
대학까지 나온 지식인에게 중학교 수업은 누워서 떡먹기다. 고등학교 때 배워둔 레슬링 기술이며, 취직 후 익힌 오토바이 기술을 중학생이 되어 써먹으니 그는 공부 잘하고 싸움 잘하고 놀기 잘하는 학교의 스타다.
중학교 시절 학교 최고의 미녀였고,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이제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나가세 도모코마저 34년 전과 달리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 히로시의 14세에는 어두운 기억이 하나 있다. 그해 8월 31일 아버지가 집을 나간 것이다. 그후 어머니는 자식을 키워내느라 고생만 하다 48세(지금의 히로시 나이다)에 허망하게 죽어버렸다.
미래를 알고 있는 히로시는 불쌍한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의 가출’이란 예정된 비극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출을 감행하던 그날 그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 역으로 나가 아버지를 기다린다.
가출을 말리는 아들 앞에서 아버지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토로한다. 아버지의 이기적인 하소연을 그는 무시하지 못한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우연히 들어온 새로운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다른 인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라고 고백했던 히로시다.
나는 아내와 두 딸을 미래에 두고 와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아내와 두 남매를 과거에 묻고 새로운 삶을 살려 한다. 그래서 히로시는 아버지를 막을 수가 없다. 그와 아버지는 삶의 다른 길을 선택한 공범이었다.
수십년 살아온 길에 회의가 들어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그 길을 동행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과장하거나 야단스럽지 않은 펜 터치로 중년 남성의 내면을 부드럽게 드러내고 있다. 흔히 좋은 만화를 평할 때 소설처럼 잘 썼다느니, 멋진 드라마 같다고 비유한다.
그러나 영상과 서사가 만나 꽃피는 장르를 만화라고 한다면 이 만화는 그런 정의 외에 다른 어떠한 비유도 필요없는 작품이다.
48세의 건축설계사 나카하라 히로시는 교토 출장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어떤 마술 같은 힘에 이끌려 고향행 기차를 탄다. 고향의 어머니 위패가 모셔져 있는 사찰에서 그는 정신을 잃는다. 깨어 보니 열네 살. 멋지게도 몸은 소년으로 돌아갔는데 정신은 48세 그대로다.
만화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이라는 후회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다른 선택의 기회를 잡은 어느 중년 남자를 보여준다. 다시 시작한 히로시의 14세는 완벽하다.
대학까지 나온 지식인에게 중학교 수업은 누워서 떡먹기다. 고등학교 때 배워둔 레슬링 기술이며, 취직 후 익힌 오토바이 기술을 중학생이 되어 써먹으니 그는 공부 잘하고 싸움 잘하고 놀기 잘하는 학교의 스타다.
중학교 시절 학교 최고의 미녀였고,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며, 이제는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버린 나가세 도모코마저 34년 전과 달리 나를 사랑한다.
그런데 히로시의 14세에는 어두운 기억이 하나 있다. 그해 8월 31일 아버지가 집을 나간 것이다. 그후 어머니는 자식을 키워내느라 고생만 하다 48세(지금의 히로시 나이다)에 허망하게 죽어버렸다.
미래를 알고 있는 히로시는 불쌍한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의 가출’이란 예정된 비극을 막아야 했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출을 감행하던 그날 그는 과거를 바꾸기 위해 역으로 나가 아버지를 기다린다.
가출을 말리는 아들 앞에서 아버지는 “새로운 인생을 살고 싶다”고 토로한다. 아버지의 이기적인 하소연을 그는 무시하지 못한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가? ‘우연히 들어온 새로운 시간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다른 인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라고 고백했던 히로시다.
나는 아내와 두 딸을 미래에 두고 와 새로운 삶을 살고 있고, 아버지는 아내와 두 남매를 과거에 묻고 새로운 삶을 살려 한다. 그래서 히로시는 아버지를 막을 수가 없다. 그와 아버지는 삶의 다른 길을 선택한 공범이었다.
수십년 살아온 길에 회의가 들어 ‘다른 길’을 선택한다면 지금까지 그 길을 동행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과장하거나 야단스럽지 않은 펜 터치로 중년 남성의 내면을 부드럽게 드러내고 있다. 흔히 좋은 만화를 평할 때 소설처럼 잘 썼다느니, 멋진 드라마 같다고 비유한다.
그러나 영상과 서사가 만나 꽃피는 장르를 만화라고 한다면 이 만화는 그런 정의 외에 다른 어떠한 비유도 필요없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