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들어와 보니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게으름의 찬양] - 한번 소개해 올리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다른 회원님이
올리셨군요.
말많은 [다빈치 코드]도 있네요.
다소 중복이 되긴 하겠지만 제가 이 책에 대해 써 놓았던 글을 올립니다.
(제 캡슐에 올려놓은 글인데 실은, 지금까지 조회수 '0'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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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와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상징, 기호, 언어학적 지식들이 소설적 자극을 한층 더해 주었다.
[다빈치 코드]를 둘러 싸고서,
가톨릭 신자로서 [다빈치 코드]를 읽느냐 마느냐 하는 쟁점이 있을 수 있고, 읽되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가 있을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다빈치 코드]에서 말하는 사실들이 가톨릭이 실제로 믿고, 증명하는 사실과 다른 경우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한 의견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1. [다빈치 코드]는 소설이다. 작가 자신이 소설 서두에 밝힌 ‘사실’이라는 부분이 얼마나 사실인지 몰라도 [다빈치 코드]는 독자들의 상상과 흥미를 ‘독하게’ 자극하는 추리소설인 것이다. ‘독한’ 추리소설이기에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2. 마리아 막달레나에 관한 얘기는 완전히 코메디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의 진실한 추종자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거기서부터의 비약은 위험하다. 잃어버린 자잘한 역사, 기록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상사로부터 무언가를 비틀어 끄집어내는 작업을 문학이나 예술의 이름으로 할 수는 있으되, 그것에 ‘진실’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것은 무지이거나 오만이다. (내가 볼 때는 코메디고... 더 신앙적, 종교적으로 반박하자면 12사도와 특별한 또 하나의 사도 바오로 그리고 위대한 수많은 교부들을 끌여 들여야 하는데 그것은 그 분들께 너무 죄송스럽다. )
3. 진실? 무엇이 진실인가. 아이작 뉴튼,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혹은 월트 디즈니라는 이름이 진실인가. 그깟 미술가나 과학자 나부랭이가 무슨 진실인가. 그들의 머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역사상 수많은 사상의 천재들이 예수를, 교회를 사색하고 결론 내렸다. 역사상 치열한 사상가들 일수록, 그리고 현대로 와서 말하자면, 뛰어나고 철저한 성서주석학자일수록 그들의 믿음은 오히려 더 확고하다 - 하느님의 사람 아들, 예수. 아니, 하느님 그 자신.
4. 시온수도회와 그들의 허무맹랑한 의식. 이런 의식을 가진 종교집단이 현대에 적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일부 광신의 피가 흐르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가 그런 해괴한 의식을 납득하겠는가. 모성(母性)의 이름으로 ? 글쎄, 누가 그것을 정상적인 모성이라 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이렇다.
[다빈치 코드]는 참 재미있는 소설이다. 소설 자체의 재미 - 빼어난 수미상관, 기호, 암호, 말장난이 주는 재미, 역사에 대한 해박함, 탄탄한 구조, 의외의 전개 그리고 야사로 떠도는 많은 얘기들을 소설속에 교묘히 배치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한없이 소설속으로 끌어 들이는 점 등 - 를 한껏 갖추고 있다. 거기까지다.
“여기까지는 와도 좋지만 그 이상은 넘어오지 말아라. 너의 도도한 물결은 여기에서 멈춰야 한다” (욥기 38,11)
[다빈치 코드]를 읽는 것에 번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이 드신 형제.자매님들은 읽을 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고 중장년의 신자분들은 잘 알아서 헤아리실 것이다. 문제는 젊은이들인데 그들의 상상과 방황과 의문이야 원래 그들의 몫이요, 특권이 아니겠는가. 누가 [다빈치 코드] 따위에 신경을 쓰겠는가. 그러니 소설 특히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형제.자매님들이라면 얼마든지 읽으셔도 신앙건강에 큰 탈은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끝.
(2004.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