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오래된미래
지난 목요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흑석동에 있었어요.
네 시 반쯤 집으로 돌아오려니 몸도 맘도 어찌나 지치던지
그냥 오다간 길바닥에 주저앉게 생겼더라구요.
그래서 `청맥서점` 들렀어요.
이 책 사려구요.
내 좋아하는 분이 멜의 맨꼭대기에 써주신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을 보고,
`쿵` 충격받았거든요.
그래서 사야지 했었는데그 날이 딱이었죠.
전철 기다리며, 또 전철 속에서
축쳐진 몸맘이 이 시집 속 시들로
충분히 위로받았답니다.
최안나 수녀님께서 `좋은 글 그림 나눔` 104번에 시의 전문을 올려 주셔서 모두 보셨죠?
좋은 시 한 편이 하루를, 혹은 평생을 내내 살맛나게 해 준다는 건 누구나 체험하는 일일 겁니다..
류 시화는 말합니다.
"한 편의 좋은 시가 보태지면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다.
좋은 시는 삶의 방식과 의미를 바꿔 놓으며,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시는 인간 영혼으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 그 상처와 깨달음을.
그것이 시가 가진 치유의 힘이다.
우리는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는 것이다.
얼음을 만질 때 우리 손에 느껴지는 것은 다름아닌 불이다.
상처받은 자기 자신에게 손을 내밀라.
그리고 그 얼음과 불을 동시에 만지라.
시는 추위를 녹이는 불, 길 잃은 자를 안내하는 밧줄, 배고픈 자를 위한 빵이다."
저는 거기에 덧붙여야겠어요.
시는 지친 이에게 위로!
또 류 시화의 얘기.
"나는 생의 많은 시간들을 먼 지역을 여행하며 보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여행은 시의 세계로의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곳에서는 내가 현실에서 느끼는 낯설음,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조차 갖는 이방인같은 느낌들이 필요없었다. 그 대신 오히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에 실린 시들은 슬픔을 이겨 내기 위해 포기나 망각이 아닌 초월을 권유한다.
그리고 초월에 이르는 길은 먼저 그것을 충분히 사는 일이라고 말한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그것을 하나의 손님으로. ......................................
이 시집이 당신 안에 사랑을 일깨우고 깊어지게 하기를 나는 바란다. 당신 자신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고, 타인과 세상을 사랑하기를."
들려드리고 싶은 시가 한둘이 아닌데 그래도 하나만 들려 드릴게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엇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날마다 집을 치웠었다.
장난감에 걸려 넘어진 적도 없었고,
자장가는 오래 전에 잊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 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 봐 언제까지나
두 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작자 미상
저요,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정말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