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너무도 많은 재미난 혹은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담겨 있거든요.
하나도 소개를 안 할 수가 없어서...
*천사의 위로
1998년 이스라엘의 주간지 <콜보(Kolbo)>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1945년의 어느 날이었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유대인 소녀 에디트 지레르는 아우슈비츠 소용소에서 탈출하여 크라쿠프의 기차역에 쓰러져 있었다.
"이젠 정말 끝장이라고 생각했죠. 그때 나는 기진맥진하여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처럼 카롤 보이티와가 내 눈 앞에 나타났어요. 그 청년은 처음에 나에게 차를 마시게 하고는 치즈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였습니다. 나는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죠. 그러자 그가 나를 번쩍 안아 자신의 등에 들쳐업고 걷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나는 그의 빛바랜 갈색 외투를 기억합니다. 나에게 부모님의 죽음, 그 때문에 줄곧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던 자신의 삶에 대해서 말해 주던 다정한 음성, 그리고 용기를 잃지 말고 남은 생애를 위해 열심히 싸우라고 격려하던 그 나지막한 목소리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추기경의 노래
보이티와 추기경은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 부드러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크라쿠프에서 그와 함께 일했던 모든 성직자들과 평신도들은 `세상에서 가장 온화한 사람`으로 그를 기억하고 있다.
추기경의 집무실에는 그가 작성한 설교문과 연설문을 타이핑하는 일을 담당하는 수녀가 있었다. 하루는 오전 9시부터 추기경과 함께 일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으나 사정이 생겨 한 시간이나 늦게 도착하고 말았다. 수녀가 황급히 집무실에 들어서자 추기경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워어어~, 나는 그녀와 9시에 약속을 했다네~ 오지않는 그녀를 이토록 그리워했다네~"
*차이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평화의 사도`라는 호칭에 걸맞게 바티칸의 안락한 궁전에 머물기를 거부하고 전세계 방방곡곡을 누비며 복음을 전파하였다. 그는 가톨릭 국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중동, 보스니아, 쿠바 등 131개국을 순방하며 지구촌 곳곳에 화해와 평화의 물결을 일렁이게 했다.
한때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었다.
"교황과 성령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
"성령은 언제 어디에나 강림한다."
"그러면 교황은?"
"이미 거기에 다녀가셨다."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사람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본부를 둔 `메이크 어 위시 재단(Make-A-Wish Foundation)`은 난치병이나 불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소원을 이루어주는 비영리 단체이다.
이 재단은 1980년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세무 공무원 토미 오스틴과 경찰관 론 코스가 백혈병을 앓고 있는 일곱 살짜리 크리스 그레시어스의 소원을 들어준 데서 출발했다. 당시 경찰관이 되고 싶어했던 크리스는 마침내 경찰관이 되는 소원을 이루자마자 이틀 후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토미와 론은 재단을 설립하여 꾸준히 활동했다. 1982년 NBC 방송을 통해 이들의 선행이 방영되면서 미국 전역에서 자원 봉사자와 기부금이 모아졌고, 1983년 전국 규모의 조직으로 재결성되었다.
1997년 12월, 당시 세 살이었던 한국계 미국인 피터 주는 신경아세포종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다. 피터의 부모로부터 연락을 받은 위시 재단의 봉사자들은 피터를 만나 소원을 물어보았다. 피터는 슬픈 얼굴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하느님을 만나고 싶어요. 하느님을 민나서 내가 왜 이렇게 아픈지 물어보고 내게 힘을 달라고 하고 싶어요."
피터의 소원을 들은 자원봉사자들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피터야, 하느님과 연락하기는 아주 힘들단다."
"그러면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친구라도 만나게 해주세요."
위시 재단은 피터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로마 교황청에 연락을 취했다. 교황이야말로 살아있는 사람들 가운데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벗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998년 1월, 피터의 집 앞에는 위시 재단에서 보낸 리무진이 도착했고, 피터와 피터의 부모, 형 조나단 등 네 식구는 로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피터는 요한 바오로 2세가 집전하는 미사에 참석한 후 교황을 직접 만나게 되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피터의 손을 꼭 붙들고 아주 오랫동안 기도를 했다. 피터는 할아버지처럼 인자한 교황의 품에 안겨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황은 피터의 귀에 대고 이렇게 속삭여 주었다.
"하느님은 특별히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유독 큰 시련을 안겨주시지만, 그대신 고통을 이겨낼 힘도 꼭 함께 주신단다."
피터의 어머니인 주 진희씨는 "피터가 소원을 이룬 그 순간의 감동으로 투병생활에서 큰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동안 체력을 회복했던 피터는 2002년 5월부터 상태가 다시 나빠졌지만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고 있다. 아직도 피터는 병원에 갈 때면 교황에게 직접 선물받은 십자가를 꼭 붙들고 간다.
*요한 바오로 2세의 신기록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네덜란드 출신의 교황 하드리아누스 6세 이후 456년 만에 처음으로 선출된 비이탈리아인 교황이고, 슬라브인으로서는 첫번 째 교황이다.
책을 읽을 때 돋보기를 사용하지 않는 첫번 째 교황이며, 손목에 시계를 착용하는 첫번 째 교황이다. 스키와 등산 그리고 카누타기를 즐기는 첫번 째 교황이기도 하다.
만화책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번 째 교황으로, 1983년 마블 코믹스는 교황의 자서전을 만화책으로 출간했다.
커피와 빵을 먹는 간단한 이탈리아식 아침식사 대신 베이컨과 계란으로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는 첫번 째 교황이다.
자신의 이름에서 딴 `요한 바오로 2세`라는 칵테일을 마신 첫번 째 교황이라는 점도 특이한데, 이 칵테일에는 폴란드 산 보드카가 3부 가량 들어간다.
군중들 앞에서 저격을 당한 최초의 교황이고, 저격 직후에 일반 병원으로 이송된 최초의 교황이다. 예를 들어 바오로 6세(1958-1978)는 외과 수술을 받을 때 바티칸에 따로 수술실을 설치했지만,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사설 병원인 제밀리아 종합병원에서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았다. 또한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병명인 파킨슨병과 관절염을 숨기지 않고 공개한 첫번 째 교황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볼로냐를 방문했다가 밥 딜런의 콘서트를 관람함으로써 록 콘서트 장을 찾은 첫번 째 교황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또 있다. 미사 끝부분에서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Ite, missa est)"를 라틴어로 노래할 때 높은 음을 제대로 맞추는 첫번 째 교황으로도 알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