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8부축제 내 수요일

2009. 4. 17. 오후 5: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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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수요일. 사도행전 3.1-10;루카 24,13-35

 오늘 강론은 시를 읽으며 시작하겠습니다. 이숙이 시인의 ‘엠마오 가는 길’입니다.             

 그 무슨 의미도 목적도 모두 잃어버린 채 / 우리는 / 황량한 모래 바람을 맞으며 목마른 길을 걷고 있었다 / 허탈하고 비통했던 빈 무덤의 어두운 공간을 / 잊을 수 없었다. / 아! 배신의 땅 예루살렘 / 탄식과 슬픔으로 마음은 천근만근 가라앉고 모든 것은 / 죽음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버렸다 / 옆에 동행하는 나그네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 눈도 제대로 못 뜨고 답답한 가슴 / 발길은 쉴새없이 돌부리에 채였다 / 지친 몸으로 우리는 글레오파의 낡은 식탁에 마주앉았다 / 빵을 나눕시다 / 등불의 불꽃이 갑자기 타올랐다. / 발 아래 엎어져 복받쳐오르는 눈물을 글썽이며 얼굴을 들었을 때 / 나를 잊지 마시오/ 그는 한마디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 눈을 똑바로 크게 뜨고 바라보자 / 망설이지 말고 /가슴을 열고 안아주어 보자 / 그 길은 희망이었다.


 엠마오는 예루살렘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입니다. 하지만 복음에서 그다지 비중을 갖지 못한 이 장소가 주님과의 재회의 장소가 되면서 진실된 중요도를 가지게 됩니다. 오늘 그 곳으로 향하던 두 제자의 모습은 그야말로 실망과 착잡함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믿었던 주님, 모든 것을 걸었던 당신이었건만, 이제 더 이상 어디를 바라보며 살아야 할 지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길을 나섭니다. 그러다 만난 어떤 사람. 그 사람은 성경 전체에 대한 것을 말해줍니다. 하지만 제자는 고개만 끄덕거릴 뿐 더 이상 다가서지지 않습니다. 그러다 빵이 들려지고 찬미의 기도가 울린 후 그 빵이 떼여질 무렵 그들은 보았습니다. 앞에 있는 그 분이 예수님이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리고 길에서 이야기 해주신 말씀을 들었을 때 “우리의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라고 회상합니다.

 매일 미사를 통해 모시는 그 분과의 만남의 시간을 우린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십니까? 집안에 손님이 온다는 얘기를 들으면 빗자루 질이라도 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인데, 우린 얼마나 준비의 과정을 마련하며 그분과의 만남을 기대하십니까? “그 길은 희망이었다” 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부활이 나에게 다가오는 희망적인 모습은 과연 어느 정도입니까? 이제 우리의 마음도 타오를 때가 왔습니다. 눈이 뜨여질 때가 온 것입니다. 그런 마음이 계속 뜨겁게 타오르길 언제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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