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5 주일

2009. 3. 28. 오후 1: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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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사순 5 주일 미사. 예레미아 3,31-34; 히브리 5,7-9; 요한 12,20-33

찬미 예수님. 교우 여러분 일 주일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제가 어찌하다보니 방송인이 되어서 라디오 DJ를 한 지도 어언 1년 4개월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느끼게 된 것은 그저 음악만 틀어서도 안되고 가요와 팝을 틀더라도 뭔가 복음인의 시각에서 봐야한다는 관점이 나름대로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인들의 과거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나온 에릭 클랩톤의 자서전을 보게 되었습니다.

 에릭 클랩톤에 대해 모르실 분도 계셔서 잠깐 말씀드리자면 1945년에 영국에서 태어난 기타리스트이며 가수 작곡가인 사람입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세 차례나 올랐고요. 야드버즈, 크림이란 대 그룹을 거치면서 하드록의 창시자로 꼽히는 사람입니다. 음악도 유명한 게 많지요. 'Wondeful Tonight' 'Layla' 'Tears In Heaven' 등 우리나라에도 공연했던 사람입니다. 한국의 뮤지션으로 따지자면 신중현 씨 정도 된다 해야겠지요. 하지만 그런 유명한 그에게도 문제는 있었습니다. 약물중독에 알콜 중독자였던 것입니다. 재활치료를 받고 나와도 또 다시 입원하는 모습은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다시 입원을 합니다. 정신치료 클리닉의 알콜중독 부분의 책임자와 만나 1:1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그 상담원의 질문이 예전의 자신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 질문이 이러했기 때문입니다. “당신 자신이 누구인지 말해보세요.” // 순간 대단히 간단한 질문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치는 느낌을 받으면서 이렇게 말하고 싶었답니다. “대체 왜 이래? 진짜 날 몰라서 물어?” 물론 그는 자신이 누군지 몰랐고 그 사실을 인정하기 부끄러웠다고 자서전에 적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기타가 없다면 그 아무 것도 자신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있어 최고 1순위이며 모든 것인, 음악, 기타를 내려놓았을 때 그 자신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 지 겁이 났다고 합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당신이 누군지 말해 보세요.” 라는 질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연관하여 자신을 설명할런지 모르지만 그것마저도 내려놓아야 할 때, 여러분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오늘도 주님은 항상 기도를 통해 당신이 어떤 분인지 찾고 계셨습니다. 겟세마니 동산에서도, 기적을 베푸시기 전에도 항상 기도하는 분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 분이시기에 하느님과 당신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십니다. 1독서의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라는 말씀처럼 하느님의 음성이 끊어지지 않는 분이 되셨던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법이요, 음성이 이제는 죽음의 길로 내모는 인상을 풍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괴로워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이제 제 마음이 산란합니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합니까? ‘아버지 이 때를 벗어나게 해주십시오.’ 하고 말할까요? 그러나 저는 바로 이때를 위하여 온 것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십시오.” 라고요. 그러면서 우리가 잘 아는 밀알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신은 썩어 형체가 남지 않더라도, 그 자신이 죽는다면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음에 오히려 기뻐하십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 분인지 아셨기에, 또 더 큰 것을 위해 자신을 봉헌하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 지 아셨기에 주님은 받아들이셨습니다. 2독서에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시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라는 말씀처럼 하느님의 진정한 자녀로서 해야 할 순종을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것입니다.

 

이태원 본당의 교우 여러분과 청년 여러분!


 한 번뿐인 인생입니다. 한 번 살다 아버지 품으로 가는 인생입니다. 그렇다면 원래의 이 삶은 내 뜻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받드는 장소인 것입니다. 런던 곳곳의 벽에 ‘에릭 클랩톤은 신이다.’ 라는 낙서가 있었을 정도로 유명한 에릭 클랩톤도, 정말로 세상에서는 박수 받는 뮤지션이었지만 정작 자신은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린 그것을 아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과 자신이 좋아하는 것마저도 모두 내려놓았을 때, 그 속에서 들려오는 하느님의 한 마디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우린 예수님의 삶을 이해하고 따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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