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성가를 꼽으라면 저는 ‘봉헌성가’를 꼽습니다. ‘봉헌’이라는 의미는 단순히 뭔가를 내놓는 수준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의미와 나의 의지까지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남이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지요. 그래서 우리가 부르는 봉헌성가의 가사는 이러합니다. ‘나의 생명 드리니, 주여 받아주시어’ ‘주여 나의 몸과 맘, 모두 드리오니’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치네’ ‘정성어린 우리 제물, 주님 앞에 드리며’ 그야말로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최고의 것을 내어놓는 것을 봉헌이라고 노래하는데요. 평소 아무 생각없이 성가를 불렀다면, 이제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시면서, ‘할 수 있는 만큼, 남들 하는 정도의 수준’ 을 의미하는 봉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즉 자세부터 고쳐 잡을 필요성을 느끼는데요. 왜냐하면 오늘이 ‘주님 공현 대축일’ 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세상에 오시어 많은 것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주님의 일대기를 알고 있기에 더 고마움을 느낍니다. 아무 것도 없는 아기로 태어나, 자신의 목숨까 내놓은 삶은, 많은 순교성인들이 그 분을 증언한 것만 보더라도,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생명을 봉헌하고 증언하였는데요. 오늘 주님을 찾아온 동방박사들은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자신들이 준비한 최고의 선물을 내놓습니다. ‘임금을 상징하는 황금. 제사장, 사제를 상징하는 유향. 그리고 그 분의 죽음을 상징하는 몰약’ 까지 내가 드리고픈 것을 드린 것이 아니라, 그 분에게 걸맞는 선물을 내놓습니다. 여기서 우린 앞서 말씀드린 ‘봉헌성가’ 의 가사들을 다시 한 번 떠올립니다. ‘과연 나는 주님께 값을 매길 수 없는 만큼의 것을 드리고 있는가?’ 하고요. 왜냐하면 우린 그 분께 받은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1독서에는,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하시며 삶의 방향을 잃고 오갈 데 없는 우리가, 진정 어느 곳으로 향할 지를 알려주시고요. 2독서에는 “성령을 통하여 그분의 거룩한 사도들과 예언자들에게 계시되었습니다.” 처럼 그분의 가르침이 우리를 이끌어 주심을 말씀합니다.
솔직히 삶이 어려워지면 사랑이 계산적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마음은 안 그러고 싶어도 형편이 우릴 그렇게 만드는데요. 하지만 주님은 믿는 우리와 믿지 않는 이들에게도 오신 모든 이의 하느님이십니다. 내가 쪼그라들고 옹졸해질수록 그동안 받은 사랑을 새기며 나도 그분께 돌려드리고 다른 이에게 사랑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님이 온 세상에 드러나셨듯이 우리의 삶도 잘 펼쳐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