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2017. 12. 26. 오전 7:3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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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사도 6,8-7,59; 마태 10,17-22

  오늘이 제 축일입니다. 그래서 며칠 전 감사하게도 여러분께 축하의 인사를 받기도 했습니다만, 솔직히 이제는 좀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동안 축일을 그냥 축하해주는 날, 그 성인을 기리며 사는 날 정도로 여겨왔지만요. 실제로 겪었던 제 삶의 흔적을 보면, 이거 목숨 내놓을 각오로 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신부 생활을 못할 수도 있겠구나 를 느꼈는데요.

  예전 있었던 성당 이야기입니다. 거기에는 성체조배실이 마련되어 있었고요. 교구가 인정한 지속적인 성체조배회가 있어서 마치 레지오처럼 맹세와 서약을 한 단원들이 서로 시간을 나누어 성체조배를 하며 기도를 하는 단체였습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서울 50여개 성당에 성체조배실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그 성당에 부임한 후, 단원들에게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성체조배회를 재건해달라 고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아까 말씀드린데로, 회원들은 서약을 하고, 지정된 시간에 맞춰 성체조배를 하고요. 교구와 소통하며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회원이 없는 빈 시간에는 성체를 보존하고자 문을 닫아걸어야 하는데요. 처음에는 잘 지속되어 오다가 어떤 신부님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두에게 허용을 하면서, 당연히 신심 없는 분들도 들어와 거기서 누워 자는 등, 말하기 민망한 사태가 발생하였던 것입니다. 이른바 저는 정리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먼저 모든 신자들을 불러놓고 회칙을 복사하며 이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려주고요. 회원으로 등록하려는 이들의 서약을 받고요. 회원이 아닌 나머지 분들은 문이 열리는 시간에 한정하여 성체조배실 창문 너머에서 조배토록 하였습니다. 사실 원래 교본에도 비회원을 위해 그렇게 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련은 그 때부터 떠날 때까지 계속되었습니다. 내용은 이러했지요.성체조배실이 그들만을 위한 특혜냐? 왜 우린 못들어가게 하느냐?’ 등 비난과 항의는 이어지며 욕을 먹었고요. 당연히 저 때문에 주임신부님과 수녀님들도 힘든 시간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중단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단 우린 성체신심을 거룩하게 지녀야 하고요. 성체조배실을 만든 곳도 관리 소홀로 감실이 훼손된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cctv를 놓는다지만 이것도 안심할 수는 없는 형편이지요. 험난한 2년을 그렇게 버티며 마지막으로 연말 모임 때 단원들에게 부탁하였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저와 교구 이야기를 들려준 대표님 이야기만 들었기에 못 믿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3-4명씩 조를 짜서 성체조배실이 있는 50여개 본당에 가서 그 곳 상황을 직접 보고, 사진도 찍고 소감문 한 장씩 내십시오. 그리고 그걸 바탕으로 내년 계획 짜겠습니다.’ 그런 후 저는 그 본당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석 달 후, 그 대표님이 저를 찾아옵니다. 교구에서 받은 우수상 상패를 보여주면서요. 정리 잘되었다면서요. 사실 단원분들이 잘 버텨준 결과였지요. 그러면서 저도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라고요. 양보할 것과 지킬 것을 헷갈리면 문제가 발생하는데요.

  저는 욕 들어먹는 수준에서만 그쳤습니다만 스테파노 성인은 목숨을 내놓으면서까지 신앙을 지켰습니다. 헌데 대다수가 두려워하지요. 그래서 물러서는 방법을 택하다가 실제로 모든 것을 잃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소신을 가지고 용기를 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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