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공현 대축일.

2016. 1. 2. 오후 10:56:58

글자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야 60,1-6; 에페소 3,2.3.5-6; 마태오 2,2-12

 도지민 씨의 파라솔이란 시의 보면 이런 부분이 있습니다.

코딱지만한 너의 이름으로/ 감히 하늘을 가리겠다니

눈물 한 방울보다 작은 네 손으로 / 대면 흔적도 없이 타 버릴

저 붉게 이글거리는 태양을 가리겠다니

파라솔 / 당찬 네 이름은 / 누가 애초 그리하라 불러주었는가 /

  감히 타오르는 커다란 태양을 가리기 위해 파라솔이란 제품이 세상에 나왔지만, 어찌보면 어리석어 보이는 것이, 자기가 하늘의 뜻을 막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도 세상을 살아감이 어쩌면 하늘의 뜻을 이행하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내 뜻으로 돌려보겠다는 안간힘으로 여겨질 때가 많아 보이는데요. 마치 복음에 나온 헤로데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오늘은 아기 예수님이 진정한 주님으로 오셨음을 세상에 알리는 주님공현대축일입니다. 보통 오늘은 동방박사에 대해서나 황금, 유향, 몰약을 들고 온 사건에 대해 강론을 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오늘은 헤로데에 대해 이야기하렵니다. 하느님을 믿던 신자들도 아닌, 중동 어느 나라에 살던 천문학 박사들이 와서 유다의 임금으로 태어나신 분이 어디 계십니까?” 라 묻습니다. 그제서야 율법학자들은 미가 예언서 5장을 뒤적이면서 베들레헴에서 구세주가 태어나실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당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그토록 구세주를 기다려온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는 것과 구세주를 기다려 온 이들이 그 소리를 듣고도 버선발로 예수님을 뵈러 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오히려 박사들 보고 그 아기를 찾거든 나에게 알려주시오. 나도 가서 경배하겠소.” 라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그토록 자기를 구원해줄 구세주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로마제국의 침략 하에서 본국의 자치권을 맡으며 유대인들을 다스리고 있던 헤로데에게 구세주 예수님이란 존재는, 오히려 자신의 이권을 침해하는 방해자로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왔던 자신의 권력에 위기의 순간이 다가왔으니, 이 사실에 대해 베들레헴 일대의 두 살 이하의 어린이들을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맙니다.

  하느님의 사업은 차근차근 진행이 됩니다. 우리 눈에는 더디 보여도 그것이 끝내는 이뤄지고 만다는 사실을 우린 여러 말씀을 통해 알 수가 있습니다. 1독서 이사야서에서 나오듯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시리라.” , 그 날은 끝내 올 것임을 예언하십니다. 어떻게든 태양을 자신의 손으로 가려보고 싶겠지만, 그 진실을 역행하려는 어리석은 사람은 그저 헤로데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지금도 거듭 이어지고 있는데요.

  사랑하는 목동 본당 교우 여러분!

  새로운 새해가 또 밝았습니다. 여러 가지 계획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의 영혼이 병들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남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는 그가 병이 든 것은 알지만, 자기 자신의 정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이 우리들의 현주소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내 안의 모습이 건강한 상태인지부터 바라보는 자세가 될 때, 우리는 그 섭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럴 때, 주님의 활동이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긍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분의 오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진정 동방박사들처럼 기뻐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헤로데처럼 무언가 차질이 생기고 있다고 여기십니까? 사실 받아들임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게 할 때 나는 현실을 인정하면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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