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쎄레레(Miserere)와 함께뜻있는 사순절을

2001. 2. 28. 오후 5: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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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쎄레레(Miserere, 가엾이 여기소서)와 함께 재의 수요일과 예수 수난절을:

 

 

오늘 바로 예수 수난절(사순절)이 시작되는군요! 오늘 재의 수요일인데, 성당에 가서 머리에 재는 얹으셨나요?

기독교(基督敎)의 부활절(復活節) 사십일 전에 예수의 수난을 기리는 문자 그대로의 사순시기(四旬期,40일간의 기간)가 바로 오늘 시작됩니다. 미쎄레레 곡의 해설을 통해서도 이해할 수 있듯이, 인간의 참회(고백)를 드러낸 구약성서의 시편51 편을 노래한 천상의 목소리 같은 미쎄레레를 감상하기에 가장 적합한 때가 바로 지금(수난절)입니다.

 

맑은 물로 더러운 것을 씻어 내리듯, 참회와 고백으로 인간의 영혼이 맑아지지요. 산에 오르다 계곡의 맑은 시냇물이 돌돌돌 굴러가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그 맑고 깨끗함이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맑고 서늘한 느낌을 줍니다.

 

세상에는 추한 것 못지 않게 아름다운 것도 많지 않습니까? 저는 그 가운데서도 참회하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잠시 떠올립니다. 인간의 삶의 조건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죄 혹은 죄스러움과 그 죄악을 씻어내는 행위 안에서, 종교의 정조(情操)가 드러납니다.

 

성공회도 그러하겠습니다만, 가톨릭 교회(천주교)도 오늘 재의 수요일(Ash Wendsday)을 지냅니다. 예수 수난시기가 시작되는 이 날 재의 수요일 미사(Mass,彌撒) 때, 재를 축복하여 머리에 얹는 예절(Blessing and Giving Ashes, 聖灰禮儀)은 인간의 본래 모습, 한 인간의 실존에 대하여 묵상(默想,Meditation)하도록 도와줍니다. 마치 미쎄레레와 같은 성 음악을 들을 때, 참회를 통한 인간 영혼의 승화를 드러내주는 것을 감지하듯이 말입니다. 예절을 주례하는 사제(司祭,priest)는 축복된 재를 머리에 얹으려고 제대(祭臺,altar) 앞으로 나온 이의 머리에 재를 뿌려 주면서, 동시에 "사람아, 기억하라, 너는 본래 재에서 왔으니, 장차 재로 다시 돌아갈 것이니라(Remember, man, you are dust and to dust you will return. 人 ! 爾要記住,爾原來是灰土,將來還要歸於灰土)"하며, 구약 성서에 있는 창세기(創世記,Genesis) 3장 19절에 나오는 구절을 읽어줍니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도 있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출생의 순간부터 이미 죽음이 시작됩니다. 생명이 성장함에 따라 죽음의 때도 그만큼 무르익어 갑니다. 하나의 삶의 이면에 죽음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지요. 한 그루의 과일 나무를 보셨나요? 봄에 새싹을 틔우고 자라나는 그 싱싱한 가지와 여린 잎을 보고있노라면, 어느새 무성한 여름이 다가옵니다. 때에 맞추어 나뭇가지도 억척스럽게 자라나고, 그 나무 잎도 무성해지지 않습니까! 그러나 한 여름을 지나 가을이 오면, 이제 그 억척스러움과 함께 가꾸어 진 탐스런 열매는 그 마지막 때를 맞이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죽음을 깊이 묵상하는 것은 바로 삶을 제대로 묵상하는 것입니다. 손바닥의 양면 같은 삶과 죽음을 가만히 들여다보노라면, 한 생명의 탄생의 순간이 바로 삶이라는 신부와 죽음이라는 신랑이 만나서 결혼하는 순간이고, 임종의 순간이 그 신랑과 신부가 결별하는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무튼 좋은 때입니다. 시편51 편을 노래한 미쎄레레 메이 데우스(Miserere Mei, Deus, 하느님, 저를 가엾이 여기소서)로 시작되는 [알레그리의 미쎄레레]와 함께 사순절에 뜻있고 좋은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

 

이른바 황금시대의 명작, 알레그리가 작곡한 {미세레레}를 감상하시려면, 시인 김정란의 허공의 집에 마련된 "서이원의 음악교실"에 들어가서 음악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 곡은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가 지휘하고 톨리스 스콜라즈(The Tallis Scholars) 그룹이 음향 반사효과가 그저 그만인 옥스퍼드의 머튼 칼리지 부속 성당(Merton College Chapel, Oxford)에서 부른 것으로 이른바 무반주(a capella) 성음악이지요. 제 느낌으로 말하자면, 그 노래는 가히 천상의 음악이라고 하겠습니다. 그 곳의 홈페이지는 http://www.womanliterature.net 입니다.

 

양재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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