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
평신도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제대 앞에서는 무릎을 굻어서 기도하고, 강론대 앞에서는 앉아서 귀 기울이고, 손은 항상 지갑에 넣고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하면 된다는 우스개이야기가 나올만큼, 교회 안에서 평신도의 위치는 올바로 평가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빠른 속도로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세속 가운데서 생활하는 평신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 명백해 졌습니다. 그것뿐만 아니라 활발한 평신도들의 활동에 자극받아, 현대교회는 제2차바티칸 공의회 이후, 평신도의 역할을 높이 평가하고 강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평신도는 부정적인 그 무엇, 즉 ‘사제가 아닌', ’성직자에 속하지 않는'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본래는 결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어원학적으로 그 말은 그리스어의 “laos"(백성, 민중)에서 파생된 것으로, 희랍어 성서에서 그 단어는, 이방인이나 이교 민족과 구별하여, “선택된 백성"을 지칭합니다. 평신도(laikos)라는 말이 신약성서에 나타나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분명히 성령과 세례로 그리스도 안에 새로 태어난 백성에 속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것이 나중에 교회 안에서 성직자․수도자․평신도의 직능상의 구별이 이루어졌고, 평신도라는 말이 성직자․수도자 이외의 그리스도 신자의 의미로 축소되었을 것입니다.
「교회헌장」은, 교회를 구약의 선택된 백성이 새로운 모습으로 신비체의 형태로 지속되는“하느님 백성"으로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즉 성직자․수도자․평신도는 모두 “하느님 백성"의한 지체이며, 다른 기능과 역할을 할 뿐,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기본적 일치성에 있어서는 하나도 다름이 없다는 것입니다(교회헌장 30항 참조).
그러나 하느님 백성으로서 성직자․수도자들과 구별되는 평신도 고유의 특징은 ‘세속적 성격'입니다. “평신도들은, 바로 그 소명에 따라, 현세적 일에 종사하며, 하느님의 뜻대로 현세질서를 세움으로써, 하느님의 나라를 추구한다. 그들은 세속에 살고 있다. 세속의 온갖 직무와 일, 가정과 사회의 일상생활 조건들로써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짜여진 것처럼, 그 속에 살고 있다"(교회헌장 31항).
“그리스도 신자"(Christifidelis)란,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 그 이상의 의미, 즉 “그리스도께 충실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리스도를 전적으로 믿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서 그 믿음을 표현합니다. 그 이름은 물론 그의 삶까지도 그리스도께로부터 비롯되는 사람, 그가 바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느님 백성으로서 평신도는 그리스도의 영을 자신의 세속적 삶의 영역으로 까지고 들어가, 마치 빵을 부풀리는 누룩처럼, 그 내부로부터 세상을 변혁시켜야 한다는 뚜렷한 신앙인, 곧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 안에서 세상과 더불어 살고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교회헌장 31항은, 평신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성세로써 그리스도와 합체되어 하느님백성의 일원이 되고, 그들 나름대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에 참여하여, 교회와 세계 안에서 그리스도의 백성 전체의 사명을 각기 분수대로 수행한다."
선교 제3세기를 맞아 교회 내․외적으로 불안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더욱 절실한 교회와 세상의 요구에, 모든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이 능동적이고 의식적이며, 책임성 있게 참여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