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부임했던 샌디에고 본당 근처에는 미션 성당(MISSION BASILICA SAN DIEGO DE ALCALA)이라는 작은 성당이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최초의 미션인 이 성당은 1769년 7월 후니페로 세라 신부님에 의해 프레데시오 힐에 건립된 것을 지금의 자리(Mission Vally)로 옮겨온 것입니다.
'모든 미션의 어머니'라 불리는 이 성당의 십자고상은 여느 고상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양팔이 없이 몸통만 매달려 계십니다. "너희가 나의 팔이 되어다오, 너희가 나의 손이 되어다오!"하며 외치고 계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제가 당신의 손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의 양팔이 되어 드리겠습니다.”라고 고백하지 못하고 "별나게 만들어 놨네!" 하며 무심히 지나갑니다.
성당을 거쳐 정원에 들어서면 꽃들이 만발해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절 세라 신부님과 신자들이 복음 선포에 몸 바치고 주님을 증거한 아름다움이 빛나고 있습니다. 성당 옆에는 작은 박물관이 있는데 그 입구에 예수님의 시신을 어머니 마리아님께서 안고 계신 ‘피에타’ 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의 손과 목에 각종 묵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묵주기도는 신자들이 해야지 성모님께서 하고 계셔야 하는 것이 아닐진 데 여러 개의 묵주가 매달려 있는 것을 보면 신자들의 간절한 바램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것을 하나씩 거두어 살며시 내려놓았습니다.
다시 가보면 또 다른 묵주가 걸려 있을 것입니다. 아마 여러분의 집에 모셔진 성모상도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묵주는 그렇게 하라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기도의 도구입니다.
묵주기도(로사리오 기도)는 ‘장미 꽃다발’을 뜻합니다. “이는 ‘성모송’ 하나하나가 장미꽃 송이가 되어 마침내 장미 꽃다발’을 이룬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입니다. 장미꽃을 봉헌하며 바치던 기도의 관습에서 유래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장미꽃’은 초세기부터 기도의 매체였습니다. 본래 이교인들이 자기 자신을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로 머리에 장미꽃으로 엮은 관을 쓰는 관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초대 교회신자들에게 전해져 기도대신 장미꽃을 봉헌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합니다.”
또한 “묵주기도는 사막의 은수자들이 시편기도를 대신하여 ‘주님의 기도’를 150번 반복하여 외우면서 바쳤던 데에서 유래합니다. 이집트 사막의 은수자들은 죽은 자들을 위해 시편 150편을 매일 바쳤습니다. 이때 글을 모르는 사람들은 시편 대신 ‘주님의 기도’를 150번 바치기도 했으며, 수를 셀 때 불편하였기에 열매나 구슬 150개를 노끈이나 가는 줄에 꿰어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전통의 영향을 받아 13세기 초 도미니코 성인에 의해 기본 골격이 잡히고 묵주기도라는 정식 명칭이 생겼습니다.”(차동엽) 그러므로 묵주를 잡고 성모송을 외면서 주님께 장미꽃을 바쳐드리고 구원의 역사를 묵상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함께 동행했던 선배 신부님께서 사진기의 셔터를 열심히 누르고 계셨습니다. 길바닥에 대고 찍기에 ‘무엇을 찍으세요?’ 여쭈었더니 “응, 그림자!” 그래서 봤더니 그림자가 저를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해를 향해 걸어가면 내가 그림자를 끌고 갈 텐데 해를 등졌더니 그림자가 저를 끌고 가는 형상이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여정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됩니다. 밝음을 등지고 가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에 자신이 끌려갑니다. 누구에게 끌려 다니지 말고 소신 있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넘쳐흐르는 영광의 아버지께서 성령으로 여러분의 힘을 돋워 내적인간으로 굳세게 하여주시기를 빕니다.”(에페3,16. 공동번역) 사랑합니다.
미션 성당 내의 팔없는 십자고상 모습
성당 외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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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그레코의 <그리스도>, 1606, Oil on canvas,98 x 78 cm, Cathedral, Toledo
정통 이콘 형식을 빌은 엘 그레코의 <그리스도>는 손가락과 얼굴 그리고 상체 등이 일반인에 비해 길게 그렸다. 어두운 배경에 있는 예수상 주변에 성광(聖光)과 천상을 가르키는 오른손의 포즈가 정통 이콘의 패턴을 취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에 등장한 예수의 의상은 빨간색과 파란 색조을 취하고 있다. 예수의 성의가 빨간색인 이유는 이는 피의 색으로서 인류의 죄를 대속하여 돌아가심을 뜻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