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미사를 봉헌한 지가 여러 해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미사 준비를 합니다. 때로는 피곤하여 늦잠을 자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멀리서 미사참례를 위해 오시는 분들을 생각하면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성당이 있으니 감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성당을 향해 발길을 옮기며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첫 새벽을 주님께 드린다는 벅찬 기쁨도 있습니다. 오늘도 게으르고 나태한 저를 깨워 일어나게 하시고 말씀으로 위로해 주시며 하루의 길을 비추어 주시길 희망합니다. 그리고 하루를 책임져 주신다는 믿음을 새롭게 합니다.
마르코 복음 1장 35절에는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음 날 새벽' 이라고 했는데 전 날에 무엇을 하셨는지 살펴보니 저녁이 되고 해가 지자, 사람들이 많은 병자들과 마귀들인 이들을 모두 예수님께 데려왔고 예수님께서는 갖가지 질병을 앓는 많은 사람을 고쳐 주시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마르1,32-34) 그러니 얼마나 피곤하셨겠습니까? 그런데도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일어나셔서 기도하셨습니다.
어떠한 처지에서든지 하루의 첫 시간을 하느님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루의 끝맺음을 주님과 함께하며 반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님의 비추임을 받고 주님의 지혜로 시작하는 것이 더욱 소중합니다.
애가서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자애는 다함이 없고 그분의 자비는 끝이 없어 아침마다 새롭다네.”(애가3,22) 아침마다 새로워져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동틀 녘에 구해주십니다.(시편46,6) 그러므로 하루의 시작에 주님의 말씀을 붙잡으시기 바랍니다.
열심히 살기를 원하시면, 주님의 뜻 안에 승리하시려면 이른 새벽 기도하십시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하루의 첫 시간을 주님께 바치십시오. 주님께서 책임져 주십니다. “당신은 저의 피난처, 곤경에서 저를 보호하시고 구원의 환호로 에워싸십니다.”(시편32,7) 사랑합니다.
엘 그레코의 <게쎄마니에서의 기도>, 1588, 톨레도미술관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는 예수가 공포와 번민에 싸여있는 순간의 기도이다. 데리고 간 세 제자는 잠에 빠져 예수와 함께 깨어있지 못하였으며 이때 이미 유다는 로마인들에게 예수가 있는 곳을 알려준 순간이다. 엘 그레코는 기도하는 예수에게 붉은 옷을 입혀 크게 중앙에 놓고, 왼쪽엔 잠에 빠진 제자들, 오른쪽엔 로마 군인들을 희미하게 암시하였다. 그는 사물을 배치하는데 있어서 현실의 고정관념을 거의 무시하고 있다. 예수와 천사의 관계는 공간적으로 매우 애매하며, 잠든 세 제자가 있는 곳은 마치 동굴 속 같기도 하고 공기의 막에 싸여있는 듯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푸른 달무리와 밤하늘의 구름은 환상적인 느낌을 배가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