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앉은 자리가 꽃자리

2011. 4. 15. 오후 9: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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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앉은 자리가 꽃자리
 

 

 

'쿼 바디스 도미네(Quo vadis, Domine)'는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라는 뜻입니다. 1896년 폴란드 작가 시엔키에비치가 소설로 썼고 나중에 영화화된 “쿼 바디스”는 네로 황제가 그리스도인을 박해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로마 교회를 이끌던 지도자는 베드로 사도였는데, 그의 신변이 위험해지자 신자들은 “선생님이 잡혀서 돌아가시는 것은 저 짐승 같은 네로에게 승리의 기회를 주는 것이니 이곳을 떠나서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고 간청했습니다. 베드로 사도가 죽기라도 한다면 로마 교회가 완전히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처음에 베드로 사도는 이 요구를 거절하였으나 교우들의 요청이 너무 간절하므로 당분간 피해 있기로 하고 로마를 떠납니다. 그가 아피아 언덕을 지나가고 있는데, 찬란한 빛이 마주 왔고 그 빛 속에 예수님이 보였습니다. 베드로가 놀라 황급히 무릎을 꿇고 “쿼 바디스 도미네?”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네가 나의 양떼를 버리고 떠나니 내가 로마에 가서 다시 한 번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러 간다.”

 

이 말씀을 듣고 베드로는 아무 말도 없이 발길을 돌려 로마로 갔습니다. 결국 베드로 사도는 로마 군인들에게 붙잡혀 십자가형을 받게 되는데 “주님께서 바로 달려 돌아가셨거든 내 어찌 주님과 같이 달리리오.”하고는 십자가에 거꾸로 못 박혀 죽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주님을 닮은 참 제자가 되어 죽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때로 삶의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저런 일과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고 좌절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자리가 내가 견뎌야 할 은총의 자리고 구원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주님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 입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아니발 카라치(Annibale Carracci)의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1601-02, 캔버스에 오일화, 77.4 x 56.3 cm,런던 내셔널 갤러리

 

이 그림에 “Domine quo vadis?”란 제목이 붙어 있는데, 이 말은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란 뜻이다. 빛 속의 주님을 뵙고 뒤로 자빠질 듯, 베드로의 얼굴이 놀라움과 감격에 겨워 털썩 주저앉을 듯하다. 그러면서 주님더러 어디 가시는 길이시냐고 질문을 한다. 주님께서 베드로의 질문에 오른손을 들어 로마를 가리키며 말씀하신다.『나는 로마로 간다. 가서 또 한 번 십자가에 달릴 것이다.』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있었던 이 대화는 교황 레오와 리누스가 기록해둔 것을 「황금전설」(Legenda aurea)에서 다시 찾아 수록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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