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다 (루카 2,22~35)

2012. 12. 29. 오전 9:58:44

글자

 

2012년 12월 29일 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예수님의 부모는 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다.

(루카 2,22~35)

 

 

 

 

말씀의 초대

 우리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면 그것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알고 있음이 드러난다. 그분의 말씀을 지키는 그 사람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이 완성된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으며 진리를 거스르는 것이다(제1독서). 예수님의 부모는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아기를 주님께 바친다. 그리스도를 뵙기를 고대하던 시메온은 성령에 이끌려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아기와 아기 어머니의 앞날을 예언한다(복음).

☆☆☆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분의 계명을 지킨다. 그분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자는 거짓말쟁이고, 그에게는 진리가 없다. 빛 속에 있다고 말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도 어둠 속에 있는 자이다(제1독서). 아기의 부모는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한다. 아기를 기다리던 의로운 사람 시메온은 찬미하면서 아기와 아기 어머니의 앞날의 삶을 예언한다(복음).

☆☆☆

 

오늘의 묵상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가 화두가 되었습니다. 어디 갈 곳이 없어 이 전철 저 전철을 타고 하루를 소일하는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에 따라 요즘 들어 ‘나이 듦의 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년을 어떻게 잘 보낼지에 대한 관심이겠지요. 노년의 김수환 추기경이 독일 말로 된 ‘어느 노인의 시’를 번역하였는데 연세 드신 분들을 위해 길지만 전문을 옮기겠습니다.
이 세상에서 최상의 일은 무엇일까?/ 기쁜 마음으로 나이를 먹고/ 일하고 싶지만 쉬고/ 말하고 싶지만 침묵하고/ 실망스러워질 때 희망을 지니며/ 공손히 마음 편히 내 십자가를 지자.// 젊은이가 힘차게 하느님의 길을 가는 것을 보아도 시기하지 않고/ 남을 위하여 일하기보다/ 겸손하게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며/ 쇠약하여 이제 남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어도/ 온유하고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늙음의 무거운 짐은 하느님의 선물/ 오랜 세월 때 묻은 마음을 이로써 마지막으로 닦는다.// 참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자기를 이승에 잡아 두는 끈을 하나씩 하나씩 풀어 가는 것./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이리하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그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자./ 하느님은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것을 남겨 두신다./ 그것은 기도이다.// 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도 합장만은 끝까지 할 수 있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하느님의 은총을 빌기 위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임종의 머리맡에 하느님의 은총을 빌기 위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는/ 임종의 머리맡에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오너라, 나의 벗아. 나 너를 결코 잊지 않으리라.”
시메온은 주님을 뵙고자 하는 열망으로 성전에서 평생을 기도하며 지냈습니다. 그러한 그가 자기 팔에 안겨 있는 주님을 보았을 때 그 감격이 얼마나 컸을지 상상해 봅니다. 이제 그는 죽어도 여한이 없었을 것입니다. 노년은 쇠퇴와 상실이 아니라 지혜와 완성입니다. 노년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것이요, 노년의 최대 행복은 주님을 모시고 사는 것입니다. 이는 시메온이 우리에게 깨우쳐 준 지혜입니다.

☆☆☆

아기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는 참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이신 분께서 인간의 손에 들려 성전에 봉헌되십니다. 봉헌받으셔야 할 분께서 봉헌되시는 것은 철저하게 우리와 같으신 분임을 드러내시려는 것이며,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죄 많은 우리를 위하여 사시려는 것입니다.
의로운 사람 시메온은 그 아기와 아기 어머니의 정체성과 앞날을 정확히 알아보고 고백합니다. 시메온은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 하고 찬미하고는, 이어서 아기 어머니에게 말합니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생애는 그분을 믿고 따르지 않는 자들에게 반대받는 표징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 표징이 우리에게까지 전해졌습니다. 우리가 주님 때문에, 또 주님을 위하여 산다면, 우리의 생애도 반대받는 표징이 될 것입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대우받는 것보다, 주님 때문에 반대를 받는 편이 우리에게는 훨씬 축복된 삶이 됩니다.

☆☆☆

유다인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성전에서 봉헌식을 해야 했습니다. “사내아이를 낳았을 경우, 이레 동안 부정하게 된다. 여드레째 되는 날에는 할례를 베풀어야 한다.”(레위 12,2-3)는 성경의 기록 때문입니다. 마리아께서도 이런 이유로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러 가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시메온을 만납니다. 그는 나이 많은 예언자였습니다. 하지만 ‘주님의 그리스도를 뵙기 전에는 죽지 않으리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시메온은 예수님을 팔에 안고 찬미의 노래를 부릅니다. ‘주님, 이제는 당신 종이 평화로이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눈으로 구원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만나 뵈었으니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말씀입니다. 할아버지 시메온이 예수님을 안고 있는 모습은 누구나 상상할 수 있습니다
.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욕심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시메온은 달랐습니다. 기꺼이 죽음을 맞이하겠다고 합니다. 그리스도를 기다리며 살아왔기에 그렇습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사는 것은 이렇듯 사람을 순수하게 합니다
.
우리 역시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미구에 맞이할 죽음입니다. ‘빨리 돈을 모으고, 아이들을 혼인시키고 그럴싸한 집도 마련해 줘야 할 터인데! 그러기 전에는 죽어선 안 되는데!’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요? 시메온 할아버지를 묵상해야 합니다.

☆☆☆

 

시메온 예언자는 아기 예수님을 뵙고 감격합니다. 그는 구세주를 만나기 전에는 죽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었습니다. 성령께서 그러한 믿음을 주셨던 것입니다. 의롭게 살면서 신앙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그는 평생의 소원이 이루어졌음을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파브르’는 프랑스가 낳은 세계적인 곤충 학자입니다. 그가 남긴 『곤충기』는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작입니다. 그런데 그는 10권으로 된 이 책을 56세 때 집필하기 시작해, 84세 되던 해에 완성합니다. 무려 30년 가까이 걸려 완성한 작품입니다. 그는 가난한 시골 농가에서 태어나 교사가 되었지만, 평생을 곤충을 관찰하며 살았습니다. 학교에서 은퇴하자 곧바로 쓰기 시작한 책이 『곤충기』였습니다.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시메온은 구세주를 만날 것이란 염원을 지녔기에 죽지 않고 살아 있었습니다. 주님께서 건강한 삶을 허락하셨던 것입니다. 파브르 역시 집념을 가졌기에 ‘30년의 결실’을 84세의 나이에 완성합니다. 후회 없는 삶을 실현한 것입니다. 누구나 시메온 예언자가 될 수 있고, ‘파브르의 삶’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열정과 아름다운 집념으로 살아가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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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입니다.>
+ 루카 2,22-35

빛이 세상에 왔지만

 반영억라파엘신부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런데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악한 사람도, 그렇다고 흠 없이 완전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은 못돼 보이고 자기는 완전한 사람처럼 살아갑니다. 남을 판단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볼 수 있는 열려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요한복음은 빛이 세상에 왔지만 사람들은 자기 행실이 악하여 빛보다 어둠을 더 사랑했다. 이것이 죄인으로 판결 받았다는 것을 말해 준다.(요한3,19) 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상의 빛으로 오셨지만 그분을 환영하기까지는 너무도 오랜 세월과 많은 고통이 따랐습니다. 시메온이 예언한 대로 많은 사람들을 쓰러지게도 하고 일어나게도 하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기도 하셨고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 속 생각이 드러났습니다. 예수님께서 겪게 되는 적대감으로 인해 어머니 마리아도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을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빛을 기다리고 빛을 받아들이는 지혜, 그리고 그 빛을 누리는 기쁨을 차지해야 하겠습니다.

 

예루살렘에 살고 있던 시메온은 의롭고 독실하며 이스라엘이 위로 받을 때를 기다리며 살아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스라엘에 내려질 위로, 곧 메시아가 가져다 줄 구원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성령의 인도를 받아 성전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두 팔에 안고 하느님을 찬양하였습니다. 주님, 이제야 말씀하신 대로, 당신 종을 평화로이 떠나게 해 주셨습니다. 제 눈이 당신의 구원을 본 것입니다. 이는 당신께서 모든 민족들 앞에서 마련하신 것으로, 다른 민족들에게는 계시의 빛이며, 당신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입니다.(루카2,29-32) 시메온은 끝까지 기다렸고 마침내 모든 것을 이루었고 감사하였습니다. 우리도 매사에 참고 기다리며 하느님의 뜻을 헤아려야하겠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파견하신 메시아이시며 모든 나라를 비추는 빛이십니다. 이는 나의 구원이 땅 끝까지 다다르도록 나는 너를 민족들의 빛으로 세운다.(이사49,6)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니 땅 끝들이 모두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이사52,10)는 이사야의 예언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일상을 빛으로 살고 결코 빛으로 오신 주님을 거부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합니다. 언제 어느 때, 어떤 방법으로 오시든 예수님을 알아볼 수 있는 맑고 깨끗한 마음을 지녔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리고 성모님께서 영혼이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을 드러냈듯이 어떠한 처지에서든지 우리의 인내를 통하여 주님을 증거 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사랑합니다.

 

 


구원의 목격자

-허영엽 신부-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는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2월 나치 독일군한테 체포되어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 수감되었다. 어느 날 콜베 신부가 있던 감방에서 탈출자가 생겼다. 독일군은 수용소에 수감된 이들 중에서 열 명을 뽑아 굶어 죽이는 형벌을 당하게 했다. 그때 뽑힌 유다인 한 명이 자신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죽을 수 없다고 울부짖었다. 그때 콜베 신부는 그 사람을 위해 대신 죽겠다고 자원했다. 그 행동은 독일군한테도 큰 감동을 주었다. 결국 콜베 신부는 그 사람을 위해 대신 형벌을 받고 죽었다. 콜베 신부는 사제로서 그리스도의 고통과 십자가 죽음의 길을 기꺼이 따랐던 것이다. 콜베 신부는 스스로 희생과 사랑의 제물이 되어 죽었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시므온이 아기 예수님을 보는 순간 성령이 그의 입을 움직였다. “주님,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님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저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 시므온은 하느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대표다. 믿음이 충만한 시므온은 성령의 인도로 성전에서 본 아기가 구세주임을 알아보았다. 성령의 비추임을 받았기에 시므온은 구원의 사건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시므온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자세, 곧 적극적인 수동의 자세를 취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에서 하느님을 중심으로 하는 영성적 삶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하느님께서는 믿음으로 충만히 살아가는 시므온에게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우리도 주님의 뜻을 식별하고 볼 수 있는 은총, 그리고 그 뜻을 살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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