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대충 믿기 - 23. 하느님이 엄청 무서웠는데...

2012. 10. 3. 오전 9:3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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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대충 믿기 - 23. 하느님이 엄청 무서웠는데...

나는 하느님이 무서워서 믿는다.

누구는 사랑의 하느님이라고 부르면서 무한한 애정의 화살을 돌려드리기도 하는데 나는 그 하느님이 너무 무섭다. 옵기의 하느님을 읽을 땐 거의 공포에 가까웠고...

내게 있어 하느님이 무섭게 다가온 건 - 아니 내가 무섭다고 느낀 건 - 바로 교회의 가르침이었다. 개신교...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누구든지 그를 믿으면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으리로다, 영생을 얻으리로다'라는 복음성가를 거의 매주일 부르면서 사랑의 하느님을 배우고 기도하고 다녔지만, 목사님의 설교랑 주일학교 선생님은 달랐다.

주일 예배 빠지고 도서실 가는 놈은 천당 가긴 틀렸다.
친구들이랑 싸우고 회개기도 하지 않는 놈도 천당 가긴 틀렸다...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기나 아니?
엄마 아빠는 천당에서 행복하게  지내게 돼도 너희까지 공짜로 데려가는 게 아니거든?
제철소 용광로는 차라리 여름 등목물 보다  시원할 걸, 아마?


그러면서 새벽기도회랑 주일예배를 한 학기 동안 빠지지 않으면 스테인 밥그릇을 상으로 탔다. 그 바닥엔 또 '하느님이 세상을 이처럼~'이 적혀 있었고...


그러다 킹콩이라는 영화를 봤다.

어디선가 남 모르게 자랐다가 뉴욕 한복판에 나타난 킹콩...

여주인공 하나만 손에 꼬옥 쥐고는 한 주먹에 건물 하나를 날려버리는 막강 괴물 킹콩에 질렸다. 원숭이가 무슨 사랑을 느꼈는지 아니면 나중에 주변이 좀 잠잠해지면 한 입에 털어 넣으려고 그랬는지 참 애지중지하게 보호한다. 그 여자 하나 빼고 아작난 뉴욕시민은 도대체 몇이나 됐을까?

무너지는 건물 더미에 깔린 놈, 발로 걷어찬 택시며 버스에 타고 있다 수십 미터를 날아가 떨어진 놈, 뉴욕을 지키겠다고 전투기를 타고 기관총을 난사하다가 재수 없이 손가락에 걸려 내동댕이쳐진 놈... 아마 세 보진 않았어도 족히 만 명은 됐을 테다.


나는 아직도 아파트 앞에서 장난을 친다. 심심해하는 아들놈을 데리고 마당을 나가 개미집을 들여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빨간 벽돌로 온통 바닥을 쳐 놨는데 그 사이사이로 개미들이 구멍을 내고 집을 연결해 놓은 게 참 신기하고 용하기까지 하다. 그걸 재밌게 바라보는 아들놈이랑 들고 나간 패트병으로 물을 한 번씩 뿌려 본다. 

개미집이란 게 그 속이 무지 깊다니 물 한방을 떨어뜨린다고 설마 죽으랴 하는 마음으로 킬킬거리며 몇 방울씩 떨어뜨린다. 홍수닷! 

그러다 한번씩 떠오르는 생각... 내가 하느님이고 이 개미는 사람... 이 개미들 중 내가 있는 건 아닐까...

이 생각이 떠오르면 아이 손을 잡고 일어난다. 오늘밤에 이 개미가 아빠 꿈에 나올지 몰라. 울면서... 뭘 잘못했길래 물을 먹이냐고... 애 눈이 갑자기 커진다. 


한때 이런 하느님의 모습이 나를 참 못살게 굴었다. 

성경공부를 한답시고 이 책 저 책 뒤지면서 이 공포의 하느님은 점점 그 크기와 무서움을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작아지지 않는다.


한 십 년을 도망다녔다. 그 개미가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해가 멀쩡히 떠 있는 대낮에 물벼락을 맞을 일이 없었을 거라고. 그 킹콩이 뉴욕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졸지에 무너지는 빌딩 속에 앉아서 처참한 죽음을 맞을 일이 없었을 거라고...

그렇게 무섭디 무서운 하느님이 내 옆에 계시지만 않으면 그냥 내 정해진 수명대로는 살 것 아니겠냐고...


그렇게 나는 하느님이 엄청 무서웠다.

그래서 별로 신앙심이 없어도 매주일 성당엘 간다. 언제 찍혀서 제 명에 못 갈지 몰라서. 제 명에 가도 시뻘건 불구덩이가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서...



근데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무서운 하느님을 가지고 '사랑의 하느님'이라고 굳게 믿으면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내 생각이 틀렸다는 생각도 간간히 들기는 한다.

그 무서운 하느님을 믿느다고 하면서 참 속 편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내 생각이 틀렸을 게  분명하다는 생각도 간간히 들기는 한다.

그 무서운 하느님을 앞에다 두고 이런저런 화장도 해 드리고 킬킬거리면서 잘도 지내는 사람들을 보면 내 생각이 분명 틀렸겠다는 생각이 아주 틀린 건 아닌 것 같다.

내가 볼 때에는 분명  개차반인데 '내 탓이오' 기도 한 방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열심한(?) 신자들을 볼 때는 내가 지금 잘못 믿어도 한참 잘못  믿고 있다는 게 맞긴 한 것 같다.

내가 볼 때에는 분명 정신병자가 맞는데 아주 신실한 신자로 대접받는 걸 볼 때는 내가 지금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게  맞긴 한 것 같다.



나는 하느님이 엄청 무서웠는데...

하느님은 하나도 무서운 분이 아닌가 보다.


그럼 뭐지?

왜 믿지?

왜 믿어야 하지?


그냥인가 보다.

욥은 그냥 믿기로 했나 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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