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대충 믿기 - 14. 예수님의 죽으심?
우리말 존댓법의 가장 흔한 예는 말끝에 '-시-'를 붙이는 거다. 어찌 보면 무지 간단하다.
[가다 -> 가시다], [잡아라 -> 잡으세요], [오니? -> 오세요?] 등등...
그런데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게 바로 상당수의 단어에서 '전혀 새로운' 용어로 존댓말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자다 -> 주무시다], [먹어라 -> 잡수세요] 등이 그렇다.
오늘의 주제는 제목에서와 같이 [죽으심(?)]이다. 이건 바른 존댓말이 아니다.
우리말 성경 중에서 공동번역이나 200주년 기념성서 등에서는 아직 이 '죽으신'이 보이고 있다. '죽으시고'도 있고. 그러나 2005년에 발간됐다는 '성경'에서는 이제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 물론 이곳 검색기능을 통한 것이므로 어딘가에 숨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모두 '돌아가신' 또는 '돌아가시고'로 바뀌어 있다.
좀 뒤져보니, 교회 내 거의 모든 상황 - 문건, 강론, 개별 게시문, 뉴스 등 -에서 아직도 이 '죽으신'이 사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돌아가신' 추기경님도 '예수님이 죽으셨다'고 하셨고, 가톨릭신문도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를 기사화하고 있다. 지금도 굿뉴스의 많은 신자들도 '죽으신 예수의 부활;을 기다리며 사순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 이 '죽으신'은 대한민국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그리스도교 사회'에서만 쓰이는 게 아닐까 싶다. 과문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타종교나 일반 사회생활에서 '죽으신'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은 없다. 일부 가방끈이 짧은 사람이거나 '억지 춘향'의 문외한들이 어쩌다 쓰는 걸 보긴 했어도 그건 그냥 웃어넘기면 되지 싶다.
결론적으로 말해 - 물론 누구나 알고 또 그렇게 쓰겠지만 - '죽다'의 존댓말은 '돌아가시다'이다. 자기 부모 뿐만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의 '사망'에 대해서 아주 당연하게 이 '돌아가시다'를 쓴다.
만약 자기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상갓집에서 "아버님께서 <죽으셔서> 마음이 아프시겠습니다."라는 조문을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 또 조문을 갔는데 상주가 "어르신이 <죽으실> 때 자리라도 지켜서 다행입니다." 따위의 말을 한다면 조문객의 기분은 어떨까? 시쳇말로 '기분 더럽다'가 정답일 게다. 심하면 "저런 후레자식..."이 될 테고...
그럼 왜 우리 그리스도교는 '하느님이신 예수님'의 죽음을 두고 왜 '돌아가시다' 대신에 여전히 '죽으시(셨)다'라는 표현을 쓸까?
그건 바로 '돌아가시다'라는 단어가 주는 '부담감' 때문이다(아니, 때문일 것이다^^;;;).
'돌아가시다'라는 말은 그 의미가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다'라는 뜻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저승' 정도가 되겠다. 이 '저승'은 저마다의 생각에 따라 땅 아래'에 있다고도 하고 '하늘 위'에 있다고도 한다. 내가 아직 가 본 적이 없으니 난 모른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 - 가톨릭이든 개신교를 포함한 여타 그리스도교 모두 -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신(죽임을 당하신)' 직후 '하늘나라'로 '곧바로' '돌아가신' 게 아니다.
저승 또는 림보(?)로 내려가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돌아오신' 것이다. 바로 '부활'...
이 '부활 사건' 때문에 우리 그리스도교는 아직도 '예수님의 돌아가심'을 '죽으심'으로 부르고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어쩌면(?)' 우리 자신들에게, 또는 남들에게 '우스꽝스런' 몰지각을 보이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진짜' <돌아가심>은 아마도 승천하신 후에 '하느님의 오른편에 앉으심'이기 때문에 다소 찜찜하지만 아직도 '십자가 위의 죽음'은 <죽으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건 바른 표현이 아니다.
제 조상 보다도 더 높고, 제 부모 보다도 더 존경하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게는 더이상 '죽으신'이나 '죽으시고'를 써서는 안된다. 아무리 말려도 '불상놈'임을 자랑하고 싶다는 신자들이라면 나는 말릴 이유가 없다. 전에 '당신'을 문제삼은 것고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좋다.
이미 10년도 더 전에 가톨릭은 그 용어를 바꿨다. 그것도 공식적으로.
더이상 '우리를 위해 죽으신 예수'가 아니라 '우리를 위해 돌아가신 예수'다. 성경에서도 이젠 정확히 '돌아가신'으로 바꿨다. 더이상 어색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웃기기조차 한 '죽으신'은 우리 가톨릭엔 없다.
우리는 자랑스런 하느님의 어린 양들이다.
그 하느님의 외아들이시고, 하느님 자체이신 예수님의 어린 양들이다.
그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셨다>. 그리고는 사흘만에 다시 살아나셔서 하늘에 계신 하느님의 오른편으로 다시 <돌아가셨다>.
그게 맞는 표현이다.
당장은 찜짐하지만 그게 맞는 표현이다. 조금 있으면 익숙해진다.
성경을 '제대로(?)' 읽으면 훨씬 그 익숙해지는 시간이 짧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