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대충 믿기 - 7. 마귀가 보이니?

2012. 10. 3. 오전 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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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대충 믿기 - 7. 마귀가 보이니?

영화 '식스 센스'를 보면 주인공의 눈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 보인다. 본인은 그걸 이상하게 느끼면서도 그럭저럭 하루 하루를 살아가다가 급기야는 자기 자신이 '이미' 죽은 몸임을 깨닫게 된다. 하도 오래 전에, 그것도 별로 재미를 느끼면서 보지 않아서 정확한 기억은 없다. 대강 그런 내용이란 정도...

그 영향을 받아선지 그 이후로 우리나라나 일본의 공포영화들에서 종종 비슷한 설정이 보인다. 지하철이나 혼자 있는 방에서 만나는 귀신들... 태어나자마자 또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음을 맞은 억울한 영혼들이 한 축을 이루고, 다른 한 축은 폭행이나 사고, 또는 정신적 문제로 제 명에 죽지 못한 영혼들이 다 그 주인공들이다.

웃기는 건, 실컷 못된 짓을 다하고 여러 사람을 죽이고는 멋쟁이 남자나 미녀 하나를 만나고는 졸지에 순박한 영혼으로 환골탈태를 해서는 천사처럼 하늘로 올라가는 귀신이 꽤나 많다는 것이다. 그저 내 기억에 그렇다는 얘기다.^^




이곳 게시판에서 글을 읽거나 대화를 하다 보면 마귀니 사탄이니 하는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그 얘길 자주 꺼내는 사람들 면면은 대부분 신앙심이 꽤나 깊다고 '스스로(?)' 밝히는 사람들이다. 주일에 한 번의 미사로는 성에 차지 않아 평일 미사에도 빠짐없이 참여하고 레지오든 사목회든 하여튼 성당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도맡아 하는 축이고...

이들과 조금이라도 의견 충돌이 있을라 치면 곧바로 나는 마귀가 되고 사탄의 사주를 받는 놈이 돼 버린다. 반대로 나를 마귀로 모는 상대는 곧바로 주님의 충실한 종이요, 이 세상 악이란 악은 모조리 쳐부술 듯한 능력의 소유자가 된다.

그들은 마치 이곳에서 마귀란 마귀는 모조리 색출해서 지하세계로 쫓아내 버리고 이 세상을 - 그래봤자 글쓰는 공간밖에 안 되는 - 천국으로  만들 것 같은 우월감에 도취돼 있기 십상이다.



한편 다른 칼럼에서 보면 - 우리들의 묵상 같은 - 신부님들도 마귀나 사탄을 즐겨 부르짖는 분들이 계시다. 대개는 영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분들의 글에서 눈에 많이 띈다. 

이분들의 글을 읽으면 꼭 나 자신이 마귀에  씌여 사탄의 조종에 휘둘려 삶을 사는 것 같은 두려움이 몰려온다.  천사같은 이들은 겨우 미사에 참석한 사람들밖에 없어 보인다. 그것도 미사에 건성으로 참석한다든지, 조금이라도 게으름을 피우는 신자들은 영락없이 마귀의 꾐에 빠진 '새끼 마귀'에 다름아니다. 아마 이분들의 눈엔 열에 아홉은 마귀이고 - 최소한 마귀에 이끌린 영혼이겠지 - 겨우 한둘이나 될까 하는 사람들만이 참 신자일 게다.



이런 신자들과 사제들은 평상시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낼까?

눈만 뜨면 도처에서 만나게 되는 마귀들을 상대로 매일 주먹을 휘두르며  하루를 보낼까? 아니면 이들과 적당히 타협하면서 사업도 벌이고 고스톱도 치고 골프도 치고는 헤어지기 전에 소주 한잔 기울이고 밤새 안녕을 외치고 헤어질까? 이도 저도 아니면 이들 마귀랑 마주치지 않으려고 백주대낮에도 골방에 들어가 오직 예수님과 성모님께 기도만 하고 살고 있나?

 휘청휘청 걸어다니는 마귀, 남의 것을 빼앗으려 달려드는 마귀, 사사건건 시비 붙는 마귀, 옳은 일을 하려면 꼭  나타나서 훼방을 하는 마귀, 게으르게 하는 마귀, 모령성체를 유도하는 마귀, 성경을 왜곡하는 마귀, 성모를 폄훼하는 마귀...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 사탄...

도대체  이 수많은 마귀들과 그 우두머리 사탄은 보면서 어떻게  하루를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그런데 그들은 정말 마귀가 맞긴 할까?

뭘 보고 알지? 뿔이 달렸나, 이빨이 죄다 송곳닌가?



나는 지금껏  살면서 마귀를 본 적이 없다. 귀신도 본 적이 없다. 사탄? 그건 그림이나 영화에서나 봤고...

그냥 나는 살면서 '나쁜 놈', '사악한 놈', '착한 체하는 놈' 들은 봤어도 마귀는 본 적이 없다. 다행히도 꿈에서도 나타난 적이 없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마귀를 내쫓는 기사가 참 많이 나온다.

실제 사람 몸에 붙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물리적인 마귀도 나오고, 베드로처럼 예수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흰소리를 하는 이를 꾸짖는 상징적인 마귀도 나온다.

그래선지 특히 기독교인 - 이건 개신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들은 이 '마귀'라는 단어에 참 익숙하고 또 참 잘도 쓴다. 그리고 제 능력도 가늠하지 못하고 외치길 좋아한다. "마귀야, 물러가랏!!" 그 마귀가  좀 비웃지 않을까 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 "친구야, 이거 왜 이러셔..."하고 말이다.



너무 깊게 믿어서 그런 것 같다. 아니 너무 '잘' 믿어서 그런 건 아닐까?


이천 년 전에 예수님이 마귀를 물리친 때를 이천 년 이후에도 동일시해서 마치 내가 예수님의 참 제자인 양 헷갈리니 함부로 "마귀야, 물럿거라!"하고 외치는 건 아닐까?

정작 제 행동이 마귀 같은, 마귀가 좋아하는, 마귀가 닮고 싶은 그런 짓거리인 줄은 새카맣게 잊고는 그저 머릿속에 든 예수님의 말씀만 뇌까리는 건 아니냔 말이다.

멀쩡한 '사람'에게 자기랑 생각이 좀 다르다고 다짜고짜 "마귀야, 물러가랏!"을 외칠 정도라면 그건 정신상의 문제다. 그건 신앙상의 문제가 절대 아니다. 


잠자리에 들지도 않고 마귀가 눈에 보인다면

그건 식스 센스의 주인공일 뿐이다. 아니면 진짜 마귀이거나...



너무 깊게  들어가지 말자...

제발이지 대충, 대충 대충 믿자. 그래도 힘든 게 사람살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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