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대충 믿기 - 3. 평신자는 평신자 답게...

2012. 10. 3. 오전 8:5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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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 대충 믿기 - 3. 평신자는 평신자 답게...

어차피 못할 거면서 괜히 나는 그렇지 않다고 자위하지 말자는 거다.

특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에 둘도 없이 성스런 생활을 하는 것 같은 분들이 많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 그런 삶을 살고 싶기만 한 건지 헷갈리는 분들이 대다수인 이곳에서 정말 타의 모범이 되는 분들을 발견한 기억을 떠올리면 솔직히 이 글을 쓸 마음이 조금 쪼그라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분들은 지금이라도 성직 또는 수도자로 나서면 어떨까, 교회가 관련 법이나 규정을 바꿔서라도 이분들을 교회 공식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면 어떻겠나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기도 하고... 물론 교회의 생명력 있는 법과 규정들, 사제와 수도자의 자격이 내 닳고 닳은 세속의 머리에서 나온 것고 그 수준이나 질이 같다고 여기지 않기에 더는 얘기할 '꺼리'는 없다.


우리는 평신자다... 그나마 예수님이 세상을 구하려고 이 세상에 내려오신 참 하느님임을 믿고, 그분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참 하느님의 육체를 십자가에 내 주고 돌아가셨다는 것, 그리고 사흘 만에 살아나셔서 하늘로 올라가셨다는 것, 언제인지 모르지만 다시 오셔서 세상을 심판하실 거라는 것을 굳게 믿었다 살짝 흔들렸다 하는 그런 평신자라는 거다.


나는 서두에서 '어차피 못할 거면서'라는 말을 꺼냈다.

그건 바로 예수님의 선물, 즉 '영원한 생명'을 얻을 자격을 어차피 얻지 못할 걸 말하는 거다.

공관복음 세 복음 모두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자격이다. 한번 보자. 마르코복음...

 예수님께서 길을 떠나시는데 어떤 사람이 달려와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선하신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하느냐? 하느님 한 분 외에는 아무도 선하지 않다. 너는 계명들을 알고 있지 않느냐? ‘살인해서는 안 된다. 간음해서는 안 된다. 도둑질해서는 안 된다. 거짓 증언을 해서는 안 된다. 횡령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여라.’” 그가 예수님께 “스승님, 그런 것들은 제가 어려서부터 다 지켜 왔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시며 이르셨다. “너에게 부족한 것이 하나 있다. 가서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 그러나 그는 이 말씀 때문에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나갔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 주위를 둘러보시며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제자들은 그분의 말씀에 놀랐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거듭 말씀하셨다. “얘들아,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그러자 제자들이 더욱 놀라서,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하고 서로 말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을 바라보며 이르셨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10장 17절~27절)

우리는 보통 예수님의 제일 큰 명령을 '하느님을 사랑하고 내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라'는 것으로 삼고 있다. 또한 이 명령을 최대한 지키겠노라고 신자끼리는 서로 다짐하고 서로 격려한다. 신자끼리는 거의 천사나 다름없다.

그러나 조금만 그 범주를 벗어나면 상대방은 내가 신자인지도 모른다. 그 '나'는 나 뿐만이 아닐 게다.


문제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자기가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에게 주고 나를 따르라'는 명령... 이거 따르는 사람 있나?
이거 따를 수 있는 사람 있나?

우리 솔직해지자. 자신 없다고... 그럼 '영원한 생명'을 포기해야 할까? 아니다. 대충 믿으면 될지도 모른다. 죄책감 없이... 예수님께서 말씀해 주셨지 않은가?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더 있다.

가진 걸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줄 신자가 있을 수 있겠다.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이다. 사제랑 성직자 빼고...


위 구절 바로 뒤에 나온다. 이번에도 마르코복음이다.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28절~30절)

이곳 신자들 중에, 아니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 - 물론 평신자 - 중에 백 배나 되는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와 집을 받으려고 하나 뿐인 어머니와 몇 안 되는 형제와 자매와 집과 토지를 버릴 사람이 있나? 있을까? 없을 걸? 최소한 이곳엔...


내세에서 영원한 생명을 받으려고 이 '소중한 것들(?)'을 정말 버리고 박해를 받을 수 있겠냐는 말이다.

나는 못할 것 같다. 그 '나'는 나 뿐만은 아닐 게다.


예수님 오시고 이천 년 동안 이런 삶을 살다가 하느님 곁으로 간 사람 몇 못 봤다, 나는...

참 한두 명, 아니 몇 십 명은 있었겠구나...



그럼에도 우리 그리스도교는 지금도 언제 오실지 모를 예수님의 탄생을 경축하고, 수난을 슬퍼하고, 부활을 또 축하한다.

버리라고 명령하신 '재산이랑 집이랑 형제랑 자매랑 어머니랑 자녀랑 토지'를 모조리 껴안고 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지로용지로 고아원이랑 교회의 몇몇 단체에 만원 짜리 입금표를 자랑스러워 하면서 말이다.


난 자격이 없다.



이런 생각이 날 때마다 위로를 받는 게 바로 이거다.

어차피 안 되는 거...

대충 믿지 뭐.


같이 대충 믿자는 거다.

나 혼자 소외감 안 느끼게. 여기서 나는 나 뿐만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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