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달

2008. 12. 13. 오전 8:4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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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도시 서편 하늘에 달이 떠 있다.

보름달이다.

밤새 도시의 허공 위에서 밤을 새웠나보다.

파리해 보인다.  지친 모습이다.

눈섶이 희미하게 희고 밝기도 많이 약하다.

 

어제가 보름이었나 ?

요즘 보름인지 하현달인지 상현달인지 의식하며 사는 사람 있을까?

일년 365일이 다되어 가는 년말이어도 밤하늘 별을 바라본 날이 있었나?

아파트라는 시멘트 닭장에 갇혀서 맨날 티브이나 보고 근심 걱정이나 했지.

세상 물정 돌아가는  건 알아도, 밤하늘 돌아가는 건 아예 관심밖이었다.

 

도시는 고요하다.

토요일이라 새벽부터 부산떨 일도 적거니와 연말이어서 느낌이 그런가 보다.

강변 도로 가로등 불빛이 일렬로 서서 밤을 지키고 있다.

불빛에 젖은 강물이 잔잔히 바람에 흔들린다.

아직 새날이 밝지 않은 탓에 도시가 제법 엄숙하다.

 

길가에 가로수들이 앙상한 가지들을 치켜들고 빈 허공에 서 있다.

맨몸인 나무들은 얼마나 추웠을까?

으례 나무는 바깥에서 사니깐 춥지 않으리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생명인 나무인들 어찌 겨울 밤이 시리고 쓰리지 않으랴.

 

들판의 잡풀, 그 잎과 줄기는 말라 사라졌지만, 흙속에 뿌리는 겨울을 견디고 있다.

숲에 온갖 나무들도 마찬가지다.

야생에 서식하는 들짐승들도 겨울이 참 살기 힘든 계절일 것이다.

먹이감이 마땅찮고 털로 피부를 가리고 있지만 혹한의 한파가 휘몰아칠때는

혹독한 인내와 생존의 고통을 겪어야 하리라.

 

요즘 우리 주변에도 갑자기 많은 무거운 시련의 위기가 왔다.

살면서 어찌 밝고 희망찬 날만 있겠냐마는, 분위기는 imf때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비관적인 뉴스와 현실적 심리 위축이 심각한 수준이다.

 

냉혹한 시련의 계절이 왔다.

온실에 갇혀 지내던 생물체에게는 경험치 못한 사례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수차례 경험한 바 있다.

강인한 족속이다.  고생을 얼마간 각오해야 하지만 어떻거나

우린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불굴의 돌파력과 열정이  살아 있다.

댓글 2

  • 2008년 12월 13일 오후 12:55

    새벽달은 햇님을 뒤 돌아보며 멀어저 가겠지요? 해 밝은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2008년 12월 14일 오전 6:5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선 한참을 이것 저것 생각했습니다. 밤늦은 길 가로등 아래 도시의 회색빛 아스팔트길위에 서서 저만치 떠있는 달을 쳐다보면서 잠시 상념에 잠긴 적이 있지요. 첨엔 아름다운 마음으로, 그러나 그 맘은 이내 현실로 돌아왔지요. 이번엔 우리만 어려운게 아니고 전세계가 겪는 상황이라 좀 오래 갈것 같지만 어쨌던 우린 견뎌내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