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영(零)미터 표지석⑴ 앞에서 1
버스에 실려 가는 이 죄인
세상 밑바닥 헤매며 살았는데
오십 미터, 백 미터
어디까지 내려가야 합니까
여직 땀 흘리며 눈 부라리며
오른 산허리 이렇듯
허망히 내려가야만 합니까
이백 미터, 삼백 미터
'예리코 가는 길 아직 멀었다'
구름이 흐르며 말해 줍니다
현기증으로 눈 촛점 잃어도
버스는 저를 태운 채
자꾸 내려만 갑니다
아래로 아래로
-백 미터, -이백 미터
어찌된 일입니까, 해면 아래로 내려가니
상어 뱃속길입니까
살모사 꿈틀대는 깊은 골짜기입니까
⑴ 예루살렘에서 광야 길로 내려가는 삼거리 갈림길에 해발 표고 0미터
(해수면과 같은 높이) 표지석이 세워져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바다 표면보다 1백 미터, 2백 미터, 또는 그보다 훨씬 낮은 지대가
펼쳐져 있음.
-추보 박영만(루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