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과서 작품읽기 필수편 (한국시)

2012. 2. 12. 오후 12:42:01

글자
<문학교과서 작품읽기-시 필수편>   (우리 성당에 새로 들어온 책: 2월)
48쪽   "사랑은 야채 같은 것"  성미정 시인 지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씨앗을 품고 공들여 보살피면
         언젠가 싹이 돋는 사랑은 야채 같은 것

        그래서 그녀는 그도 야채를 먹길 원했다
        식탁 가득 야채를 차렸다
        그러나 그는 언제나 오이만 먹었다

        그래 사랑은 야채 중에서도 오이 같은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는 야채뿐인 식탁에 불만을 가졌다
        그녀는 할 수 없이 고기를 올렸다

        그래 사랑은 오이 같기도 고기 같기도 한 것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녀의 식탁엔 점점 많은 종류의 음식이 올라왔고
        그는 그 모든 걸 맛있게 먹었다

        결국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사랑은 그가 먹는 모든 것

   시 감상 소감
         마음 속에 담긴 김남조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사랑은 정직한 농사/ 가장 깊은 곳에 심겨져/ 가장 늦은 날에 그 싹을 틔우나니//



 270쪽    <아름다운 위반>  이대흠 시인 지음

          기사 양반! 저짝으로 조깐 돌아서 갑시다
          어칳게 그란다요 뻐스가 머 택신지 아요?
          아따 늙은이가 물팍이 애링께 그라제
          쓰잘데기 읎는 소리 하지 마시오
          저번챀에 기사는 돌아가듬마는......
          그 기사가 미쳤능갑소

          노인네가 갈수록 눈이 어둡당께
          저번챀에도
          내가 모셔다 드렸는디

   시 감상 소감
       이 시는 너무 아름다운 시입니다. 재미있기도 하고요.
       사투리가 정겹고요... 그 기사가 그 기사인데 할머니는 알아채지 못하신 거지요.^^


72쪽   <멸치> 김기택 시인이 지음

    굳어지기 전까지 저 딱딱한 것들은 물결이었다
    파도와 해일이 쉬고 있는 바닷속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에 끼어
    유유히 흘러 다니던 무수한 갈래의 길이었다
    그물이 물결 속에서 멸치들을 떼어 냈던 것이다.
    햇빛의 꼿꼿한 직선들 틈에 끼이자마자
    부드러운 물결은 팔딱거리다 길을 잃었을 것이다
    바람과 햇볕이 달라붙어 물기를 빨아들이는 동안
    바다의 무늬는 뼈다귀처럼 남아
    멸치의 등과 지느러미 위에서 딱딱하게 굳어 갔던 것이다
    모래 더미처럼 길거리에 쌓이고
    건어물집의 푸석한 공기에 풀리다가
    기름에 튀겨지고 접시에 담겨졌던 것이다
    지금 젓가락 끝에 깍두기처럼 딱딱하게 잡히는 이 멸치에는
    두껍고 뻣뻣한 공기를 뚫고 흘러가는
    바다가 있다 그 바다에는 아직도
    지느러미가 있고 지느러미를 흔드는 물결이 있다
    이 작은 물결이
    지금도 멸치의 몸통을 뒤틀고 있는 이 작은 무늬가
    파도를 만들고 해일을 부르고
    고깃배를 부수고 그물을 찢었을 것이다


  시 감상 소감:
    김기택 시인의 시들은 관찰력이 새롭고 신기합니다. 어제 한강의 물결을 한참 바라보았는데
    이 시를 읽으며 물결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지느러미의 물결 사이"라는 표현이
    한참을 멈춰 있게 합니다. 생명력 있는 모든 것의 존귀함을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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