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2주간 토요일

2011. 3. 23. 오전 10:10:18

2
글자
누구나 한 번쯤은 일탈을 꿈꾸며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평범하게 일상을 성실히 살아가는 사람도 한 번쯤은 늪으로 빠져드는 방황의 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잔잔한 바다에 먹구름이 일고 폭풍우가 몰아치듯, 유혹에 젖어 들 때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탕자로 비유되는 작은아들도 알고 보면 이런 모습의 한 면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인간 욕망의 회오리바람은 때로는 악의 정체를 폭로하고 정화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치 거친 폭풍우와 파도가 대자연의 자정 운동이듯이, 인간의 이런 욕망은 우리 인생을 눈뜨게 하고 성장시키는 하나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사실 작은아들의 방탕한 생활은 재산을 탕진하고 가족에게 정신적 상처를 주었지만, 이를 통해 그 무질서한 욕망의 정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아버지의 짙은 사랑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생에서 방황과 어둠의 순간이 있고 없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큰아들처럼 그저 충실하게 살아왔다면, 그것 또한 하느님의 선물이지만, 생의 어두운 순간을 통하여 더 깊이 하느님의 사랑을 만날 수 있었다면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하느님의 은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충실하게 살아온 큰아들보다, 아버지의 품에 안겨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 작은아들이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폭풍우 뒤의 청명한 하늘처럼, 넘치는 아버지의 사랑이 그를 깨끗하게 씻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순 시기는 참회를 통하여 이런 하느님의 사랑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오늘의 묵상 사순부활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