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도

2008. 3. 25. 오후 8:08:50

글자


 

기도

쫓기는 듯이 살고 있는
한심한 나를 살피소서

늘 빠쁜 걸음을 천천히 걷게 하시며
추녀 끝에 풍경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
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 지켜 보게 하소서

꾹 다문 입술 위에
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
굳어 있는 얼굴에는
소슬 바람에도 어우러지는
풀밭 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

책 한구절이 좋아
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
차 한 잔에도 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

돌 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 송이에도 마음이 가게 하시고
기왓장의 이끼 한 낱에도 배움을 얻게 하소서

 

- 정채봉

 

 

 
Pachelbel For the Potomac / Laura Sullivan 
 

 

 

댓글 1

  • 2008년 3월 29일 오전 9:15

    정신 없는 제 삶을 잠시 쉬어가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