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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속의 인물을 대할 때, 성모 마리아 다음으로 마리아 막달레나 만큼 우리의 마음을 끄는 여성이 있을까요? 하나의 웅장한 교향악을 들을 때에 느껴지는 어떤 강렬함이 그녀의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녀에 대해 성경이 처음으로 알려 주는 내용은 ‘일곱 귀신이 들었던 여인’이라는 것입니다(루카 8,2; 마르 16,9 참조).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다만 예수님을 만난 후 그녀는 예수님의 길을 충실히 따라 살았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의 여생에 대해서도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따라서 문학가나 예술가들은 어둠과 악의 세계에서 신앙과 광명의 세계로 극적인 변화의 삶을 살았던 그녀에 대해 다투어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허구의 상을 마음껏 창조해 낼 수 있는 문학 작품에서, 열정의 선율로 이루어진 오페라의 아리아에서, 유명한 화가가 그려 내는 회화를 통해서 우리는 그녀의 여러 모습을 접하게 됩니다.
작가가 성서 말씀을 바탕으로 창조성과 영성의 조화시켜 그린 성화는 우리를 더 깊은 관상과 영적 깨달음으로 이끌어 줍니다. 주님의 제자들조차 겁을 먹고 남의 눈을 피해서 몸을 숨기고 있던 새벽, 아직 동이 트기 전 어렴풋한 어둠 속의 골고타 언덕에서 이루어진 그 극적인 장면을(요한 20,11-18 참조) 그린 성화들을 저는 즐겨 감상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특별히 지거 쾨더 신부가 묘사한 마리아 막달레나의 모습에 압도되었습니다. 머리글에서 설명되지 않은 주변의 배경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묘지의 뒤 담벼락을 자세히 보면, 해골 모양의 문양이 둘로 갈라져 있습니다. 이것은 죽음이 그 위력을 잃었음을 의미합니다. 바로 예수님의 부활로 이제는 죽음이 더 이상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좌우에 깨진 묘석이 두 개 있습니다.
묘석에 씌어진 히브리말은 ‘아담’과 ‘하와’로서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자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마리아가 오른손을 얹고 있는 ‘나자렛 예수’라고 씌어진 묘석은 온전하게 놓여져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작가는 이 그림에서 예수님의 부활 사건은 그리스도의 사랑과 순명으로 불신과 불순명의 죽음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명으로 건너가는 파스카 사건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가 빈 무덤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이 그림에서 우리는 그분을 볼 수 없습니다. 단지 마리아의 뒤돌아선 자세와 놀란 환희의 표정에서 주님을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바라보는 마리아의 시선을 통해 우리도 주님을 만나도록 초대받고 있습니다. 이제 이 작품의 원 배경인 복음의 장면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죽은 이를 장사지낸 후 3일 동안 무덤을 찾는 것은 유대의 풍습이었습니다. 여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마르 16,1; 마태 28,1; 루카 24,1; 요한 20,1 참조). 복음사가들이 밝힌 여성들의 이름은 다소 차이가 있는데, 마리아 막달레나는 공통적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복음의 메시지에서 가장 핵심인 그리스도의 부활을, 공관복음서는 천사를 통하여 여성들에게 선포합니다. 반면에, 요한 복음사가는 제자들과 예수님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서 그 사실을 직관하게 합니다. 특히 요한 20,11-18은 아침 해가 점점 환해지듯이, 마리아 막달레나가 점차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알아 뵙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무덤이 비어 있는 것을 확인한 제자들은 떠났지만, 열정적이고 감성적이었던 마리아만은 무덤을 떠나지 않고 슬피 울고 있었습니다. 주님께서는 일찍이 “너희는 울며 슬퍼하겠지만 … 근심에 잠길지라도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요한 16,20)라고 말씀하셨는데, 이 변화를 마리아가 맨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마리아는 몸을 돌려 예수께서 서 계신 것을 보았으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아침 안개 속에서 “마리아야!”라고 부르시는 예수님의 목소리를 듣고서 “라뿌니!”라고 외칩니다. 여인은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부르실 수 있는 분이 오직 한 분뿐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 부름을 통하여 이전의 신뢰와 사랑의 관계를 다시 확인시켜주십니다. 마리아는 밤새도록 연인을 찾아다니다가 마침내 사랑하는 임을 만난 아가서의 신부를 연상시켜줍니다(아가 3,1-4 참조).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첫 번째로 목격한 증인이 되었고, 제자들에게 첫 증언을 함으로써 ‘사도들 중의 사도’로 불려 왔습니다.1)
우리도 마리아처럼 무덤에서 뛰어나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라고 소리 높여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두려움이 아닌 사랑의 용기가 가득한 이에게 나타나십니다. 이제 그 사랑은 빈 무덤 곁에 머무름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어 이웃에게 달려가 나누어야 하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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