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라는 족쇄
환상적인 서커스 공연에 한껏 기분이 들뜬 소년은 아버지를 졸라 천막 뒤에 있는 동물들이 있는 우리로 구경을 갔습니다. 우리 한쪽에 있는 코끼리에 시선이 멈춘 소년이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아빠, 저기 보세요. 코끼리는 저렇게 큰데 다리에 묶어 놓은 사슬은 너무 작아요. 설마 코끼리가 저 사슬을 끊는 건 아니죠?” 아빠는 웃으며 아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니, 코끼리는 절대 저 사슬을 끊지 못한단다. 코끼리가 어릴 때부터 조련사는 저만한 크기의 사슬로 코끼리를 묶어 놓는데, 어릴 때는 힘이 약해서 사슬을 끊고 싶어도 끊을 수가 없어. 그래서 코끼리는 몇 번을 시도해 보다 결국 포기해버리지. ‘아, 이 사슬은 내 힘으로는 끊을 수가 없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코끼리는 다 자란 후에도 감히 사슬을 끊지 못해. 당연히 끊을 수가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지.”
아빠의 설명이 끝난 그때, 서커스 장에서 시작된 불이 건초더미를 따라 우리로 옮겨 붙기 시작했습니다. 소년과 아빠는 얼른 우리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순식간에 번진 큰불에 동물들은 불안해서 날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다리가 묶인 코끼리들은 사슬을 끊으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거센 불길이 점점 코끼리 우리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불길에 가장 가까이 있던 코끼리 한 마리가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놀란 코끼리가 발버둥을 치다 앞발을 세게 들어 올리는 순간, 사슬이 순식간에 끊어졌습니다. 코끼리는 재빨리 우리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다른 코끼리 한두 마리도 같은 방법으로 도망쳐 나올 수 있었지만, 그러나 대부분의 코끼리들은 감히 사슬을 끊을 생각도 못한 채 불길 속에서 생명을 잃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고정관념이란 무섭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습관이란 말 그대로 한 가지 일이 반복됨으로써 몸과 마음에 길들여지는 성질입니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한없이 거볍고 소리 없이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온 세상을 뒤덮고 맙니다. 우리의 습관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하나의 작은 행동에 불과하지만 반복적으로 쌓이다보면 자신의 삶 전체를 지배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사람의 행동은 ‘습관의 묶음’과도 같습니다. 그가 일상에서 엮어내는 행동거지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형성된 습관의 한 표현입니다. 성인이 되는 것은 하루아침에 기적과 같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영적 습관이 축적된 결과입니다. 실상 기도도 습관이고 성사생활도 습관이고 성경 읽기도 습관입니다. 자꾸자꾸 해보아야 체득이 되어 몸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습관을 만들고 나중에는 습관이 자신을 만들어 갑니다. 그래서 습관은 이성이나 천성보다 강하게 작용한다고 했나봅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합니다.
변화의 출발은 언제나 인간 쪽에서 시작되고 완성은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우리 쁘레시디움 단원들이 처음엔 활동 배당을 받았을 때 활동에 대한 결과 보고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2인 1조로 조 편성을 한 후 조별로 활동을 배당하였더니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배당을 받았을 때에는 ‘내가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에서, 2인 1조로 활동이 배당되자 ‘이것은 내가 완수해야 할 일’ 이라는 책임의식으로 생각이 바뀐 것입니다.
우리 레지오 단원들은 성숙한 신앙인들입니다. 그래서 생각의 전환이 더더욱 필요합니다. 그래야 행동과 습관이 바뀌게 되어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됩니다. 아빠, 아버지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는 늘 주님 곁에서 기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습관의 족쇄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길은 나 자신을 고정 관념으로 옥죄고 있는 습관을 과감히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그것은 행동하는 신앙입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그것은 죽은 신앙입니다. 실천이 없는 신앙은 무의미합니다.
“행복하여라!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 오히려 주님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새기는 사람. 그는 시냇가에 심겨 제때에 열매를 내며 잎이 시들지 않는 나무와 같아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시편 1, 1-3)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