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없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

2024. 3. 25. 오전 11:07:17

글자

말없이 십자가를 지신 예수

 

어느 본당 사목위원의 경험담입니다. 그는 술을 잘 못 마셨습니다. 하루는 회사에서 회식이 있었는데 그날따라 상급자가 자꾸 술을 권했습니다. 한두 잔은 받았는데 너무 심해 거절했습니다. 그랬더니 느닷없이 뺨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자신도 중간 간부고 그 자리에 아랫사람도 있었는데 창피하고 분했습니다. 하지만 분위기 때문에 참았습니다. 집에 와서도 분이 삭지 않아 다음 날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이참에 회사를 그만두자고 마음을 정했습니다. 사표를 결심하니까 마음이 착잡하여 성당을 찾았습니다. 제대 뒤 십자가를 바라보며 말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음성이 들렸다고 합니다. ‘겨우 뺨 한 대 맞은 것 갖고 그렇게 억울해하느냐? 나는 멸시와 천대 속에서 십자가를 지고 갔다.’ 갑자기 눈앞이 흐려지면서 부끄러워졌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마음을 고쳐먹고 출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뺨을 때린 간부가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었습니다. 그가 처리한 일에서 하필 그때 문제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누군가 변호를 해야 했는데 대변해줄 사람은 뺨을 맞은 사목위원뿐이었습니다. 그는 아무런 감정 없이 옹호했다고 합니다. 일처리가 끝난 뒤 그 간부는 예비교우가 되었고 세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이는 작은 기적입니다.

 

주님께서는 말없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우리도 변명 없이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불평과 불만은 나쁜 습관입니다. 나쁜 습관을 벗는 길은 좋은 습관을 지니는 것밖에 없습니다. 인내와 절제가 힘들어질 때 십자가를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우리는 지금 성주간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주간은 주님수난 성지주일부터 성토요일까지의 한 주간을 말합니다.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대하여 어떻게 묵상하느냐에 따라 예수님 부활 대축일을 맞는 의미도 남다를 것입니다. 성주간에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이나 잘못된 버릇 등 자신의 악습을 모두모아 주님께 봉헌하도록 합시다.

신앙인이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입니다.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의 그늘 속에 갇혀 있다면 어둠의 자녀로 남습니다. 빛의 자녀답게 살아가는 성모님의 참된 자녀가 됩시다. 우리는 레지오 단원입니다. 레지오 단원이기 때문에 빛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매 미사 시작 전 쉬는 교우를 위한 묵주기도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빛의 반대편에 있는 교우들입니다. 그들을 위해 관심을 가지고 사랑의 빛에로 초대합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마태 4,19)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도 예수님처럼 말없이 사랑의 십자가를 지도록 합시다.

끝으로 최민순 신부님의 시를 묵상하면서 훈화를 마칩니다.

주여, 오늘 나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을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내가 가는 길에 부딪히는 돌이 저절로 굴러가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넘어지게 하는 돌을 오히려 발판으로 만들어 가게 하소서. 넓은 길, 편편한 길, 그런 길을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아멘!

댓글 1

  • 2024년 3월 25일 오후 6:15

    보라 내가 너와 함께 이 세상 끝날까지 함께 하겠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