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안에서 세상 보기
『어느 날 환자 한 사람이 시간이 늦어 병원에 갈 수도 없고 당장 아파 죽을 지경이니 약을 지어달라고 약국을 찾아 약사에게 하소연 하였습니다. 약사는 처방전이 없으니 처음엔 거절하였지만 그 사람이 하도 간청을 하니 할 수 없이 포도당류의 가짜 약을 지어주면서 실제로 통증을 약화시키는 약이라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우연히 그 환자를 길거리에서 마주쳤는데 그 약을 먹고 깨끗이 나았다고 하면서 감사 인사를 받았습니다.
그 환자가 가짜 약을 먹고 아픈 곳이 깨끗이 나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을 에멜 쿠에라는 약사에 대한 믿음, 그리고 나을 것이라는 약에 대한 믿음이 자신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실제로 아픈 곳을 낫게 하는 오늘 날의 플라시보 효과였습다. 이렇듯 사실을 잘 모르면서 그렇다고 무조건전적으로 믿는 무의식의 힘은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결과를 낳습니다. 반대로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는 아무리 좋은 명약을 먹는다 하더라도 병이 낫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믿음에 관한 일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세상보기’ 에서 발췌-
며칠 전 검사를 받기위해 1박2일 동안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루사이에 생각지도 않은 많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에 입실하여 링거 주사를 꼽는데 세 번이나 다시 꼽았습니다. 주사를 꼽은 바늘 부분이 아파 간호사를 불러 얘기 했더니 처음엔 혈관을 잘 못 찾아 들어갔다고 했고, 다음엔 주사기 바늘이 막혔다고 주사기를 바꿔 다시 꼽았습니다. 그리고 검사실로 가는 도중 링거 줄이 휠체어 바퀴에 들어가 두 동강이로 잘라지는 불상사가 발생을 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려는데 검사실 간호사의 실수로 링거와 함께 매달려 있던 항생제 주사 약통이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졌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사고(?)가 연거푸 일어나다보니 ‘오늘 나에게 왜 이런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지?’ 하는 불안한 생각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검사를 마치고 병실에 들어가니 간호사가 찾아와 “식사는 저녁엔 밥으로 드릴까요?” 하고 물어와 밥으로 달라고 주문을 하였습니다. 낮엔 식사 후 검사를 받게 되어 있어 속을 편하게 하기 위하여 죽을 주문하였기 때문에 저녁 메뉴를 물어 온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녁 식단이 나왔는데, 웬걸 밥이 아닌 호박죽이 나온 것입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간호사를 불러 왜 밥이 아닌 죽이냐고 밥으로 바꿔 달라고 하였더니 바꿔 주겠답니다. 그런데 30분이 지나도 반응이 없어 확인하니 그때서야 하는 말이 “아버님, 죄송하지만 그냥 죽을 드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하루를 마감하고 조용히 병상에 누워 하루 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곰곰이 되돌아보았습니다.
‘아! 이 모든 일들이 하느님께서 나를 시험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머무르게 됩니다. 그 많은 안 좋은 일들이 연거푸 계속되었지만 나는 한 번도 화를 내지 않았고 언성을 높이지도, 그렇다고 짜증을 부리지도 않았었습니다. 그 시간 내 옆 침대 환자는 간호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불러다가 큰소리로 호통을 치고 있었습니다.
“시련을 견디어 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그렇게 시험을 통과하면, 그는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생명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야고 1, 12) 이는 주님께서 주신 믿음입니다. 나에겐 사고의 연속이지만 그들에게는 작은 실수인데 그들을 단죄(斷罪) 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매주 마다 ‘우리 다 같이 사랑의 사람이 되자’고 훈화를 쓰면서, 내가 과연 생활 속에서 사랑으로 살고 있는지 주님께서는 간호사를 통해 시험을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화처럼 믿음이 있으면 당류의 가짜 약을 먹고도 통증이 치유될 수 있었듯이 우리가 주님께 대한 믿음만 확실하다면 소망하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믿음을 가지고 의심하지 않으면, 이 무화과나무에 일어난 일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산더러 들려서 저 바다에 빠져라. 하여도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 21~22)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