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역설(逆說)
우리는 교회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 하고 새해를 맞았습니다. 주님께서는 “너 어디 있느냐?”(창세기 3, 9) 라고 물으십니다. 주님의 물음에 우리 각자는 무어라고 답하시겠습니까?
과연 나 자신은 지난 한 해 동안 레지오 단원으로써, 성모님의 군사로써 아니 신앙인으로써 내가 소명을 다하였는지 살펴보아야겠습니다.
마리아는 처녀의 몸으로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고 ‘성령에 의하여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예고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 26-38) 라고 응답하셨듯이 우리 도 큰소리로 떳떳이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올 해는 당신께서 말씀하신 사랑을 실천하며 당신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한 해 이시길 바랍니다.
카친으로부터 “삶의 역설”이라는 글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소개합니다.
“날아오르는 연줄을 끊으면 연은 더 높이 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 연은 땅바닥으로 추락하고 말았습니다. 철조망을 없애면 가축들이 더 자유롭게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사나운 짐승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관심을 없애면 다툼이 없어질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다툼이 없으니 남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간섭을 없애면 편안하게 살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외로움이 뒤쫓아 왔습니다. 바라는 게 없으면 자족(自足)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삶의 활력을 주는 열정도 살아졌습니다.
불행을 없애면 행복할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무엇이 행복인지 깨달을 수 없었습니다. 편안(便安)을 추구하면 권태(倦怠)가 오고, 편리(便利)를 추구하면 나태(懶怠)가 옵니다. 나를 불편하게 하던 것들이 사실은 반드시 내게 있어야 할 것들이었습니다. 오래 사는 것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보람 있게 사는 것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얼굴 모양은 선택할 수 없지만 얼굴 표정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주어지는 환경은 선택할 수 없지만, 내 마음과 살아가는 자세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결국 행복도 나의 선택이고, 불행도 나의 선택입니다. 사람의 마음이 즐거우면 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지만, 마음속에 근심이 있으면 불과 십리만 걸어도 싫증이 납니다. 인생행로도 이와 같습니다.”
율법교사 한 사람이 예수님을 시험하려고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이 무엇입니까?” 라고 묻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 37-40) 라고 말씀하십니다.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태 11, 15) 우리는 귀를 열어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실천해야 하겠습니다. 또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마태 7, 24-27)라고 주님께서는 반석위에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이 되라고 당부하십니다.
잘 날고 있던 연의 줄을 끊으면 더 높이 날 줄 알았는데, 줄이 끊기자 연은 추락하고 말았듯이, 우리가 하느님을 떠나서는 온전한 삶을 살수가 없습니다. 철조망을 없애면 자유로울 줄 알았던 가축은 사나운 짐승의 먹이가 되었듯이, 우리가 신앙과 멀어지는 생활을 한다면 영원한 생명을 보장 받지 못할 것입니다. 새해엔 우리 모두 어렵고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갖고 길 잃고 헤매는 양도 찾아나서 다시 우리 안으로 들어오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레지오의 규정대로 살아가려면 레지오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야 합니다. 규정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처음에는 힘들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을 지키려면 처음에는 불편한 것 같지만 정착이 되면 오히려 편리함을 느끼듯이 레지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단원들은 언제나 주님과 함께, 성모 마리아와 함께 하는 2024년을 맞을 수 있도록 대림시기를 잘 준비합시다. 행복의 길을 선택하여 반석위에 집을 짓도록 합니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