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불을 질러라
대륙 정복자 중 가장 탁월한 인물로 손꼽히는 중세 에스파냐의 코르테스 장군(1485-1547), 그는 1519년 열한 척의 배에 500명의 군사를 분승시켰습니다. 그 군대를 이끌고 곧장 멕시코의 베라크루스지역으로 향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 정복의 꿈을 실현시키려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병사들이 상륙을 완료하자 장군은 참모들에게 지시를 했습니다. “타고 온 모든 배에 불을 질러라!”
참모들은 일순간 어리둥절했습니다. 그러나 장군의 단호한 명령 앞에 누구도 나서지 못했습니다.
결국 일언반구도 하지 못한 채 배에 불을 놓았습니다. 유일한 철수 수단이었던 열한 척의 배는 병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모조리 불타버렸습니다. 곧이어 장군은 병사들에게 호령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살길은 오직 하나뿐이다. 싸워서 이기는 길밖에 없다.”
후퇴할 길이 없어진 병사들은 실패하면 죽어야 한다는 비장한 각오로 전투에 임했고 그 결과 에스파냐군대는 멕시코를 정복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이유와 시기는 다르지만 세례를 통해 모두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났습니다. 에스파냐 병사들이 대륙 정복의 꿈을 안고 멕시코를 향했듯 우리 그리스도인은 영원한 생명을 꿈꾸며 신앙생활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빛의 자녀다운 생활을 하겠다는 결단은 쉽게 내리지 못합니다. 이 세상이 전부인 것으로 착각했던 과거를 향수병처럼 매번 그리워합니다. 기도를 하고 미사를 봉헌해도 마음은 세상 걱정으로 가득합니다. 여전히 세상에서 잘살고 싶고 잘 먹고 싶고 지금 당장 치유 받고 싶어 합니다. 죽은 후에도 지금처럼 사는 것이 부활의 삶이라고 믿고 싶은 것은, 우리가 세상과 현세 목숨에 애착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주일 복음말씀입니다.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 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바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 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라고 말씀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당신 복음을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는 새날과 새 희망을 주십니다. 우리가 세례를 받았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하느님의 자녀라면 하느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하는 것이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계명을 잘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자녀의 도리입니다.
주님께서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라고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에스파냐 군대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길을 가지 않으면 다른 퇴로는 없습니다. 그 길을 제대로 가면 천국행이요, 가지 않으면 지옥의 길로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비 신앙인으로 살면서 타고 왔던 배는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던 그날, 이미 불에 다 타버렸습니다.
우리가 살길은 복음을 실천하고 사랑의 삶을 사는 것뿐입니다. 주님께서는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마태 7,24)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반석위에 집을 짓고 있는 것입니다. 보십시오. 바로 우리 곁에서 우리의 사령관이신 성모님께서 항상 가까이에서 우리를 지켜주고 미소 짓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