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물인데요
하와이의 외딴 섬 몰로카이(molokai)에는 세상에서 버려진 나환자들이 살았습니다. 1873년 33세의 젊은 사제였던 다미안(v.damien, 1840-1889)은 그들을 돌볼 결심으로 몰로카이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뜻밖에도 그들은 다미안 신부의 사랑을 의심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어떻게 문둥이의 고통과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겠어? 단지 알량한 동정이거나 체면치레겠지!’ 다미안 신부의 가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좀체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십여 년 후 다미안 신부가 발을 씻으려고 대야에 두발을 넣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있는데 시중들던 사람이 외쳤습니다. “신부님, 그물은 펄펄 끓는 물인데요?” 다미안 신부는 자기 손과 발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더니 눈물을 흘렸습니다. 다음 날 그의 미사 강론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이제야 여러분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손과 발을 보십시오. 저도 이제 문둥이입니다.” 일순간 나환자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누군가 사랑한다는 것은 그 처지에 직접 동참하여 함께 삶을 나누며 그와 하나 되는 것입니다. 나환자를 사랑해서 스스로 나환자 된 성자 다미안 신부, 그는 인간을 너무나 사랑해서 인간과 똑같아지셨던 하느님의 사랑을 그대로 빼닮았습니다.
예수님의 존재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의 결정체였습니다. 예수님은 인간 구원을 위해 인간의 죄를 한 몸에 받아 안고서 십자가 위에서 무참히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찬란한 부활을 통해 죄악에 대한 사랑의 승전보를 힘차게 울리셨습니다. 이 모든 예수님의 역사는 한마디로 ‘사랑의 시나리오’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인간의 약함과 슬픔과 고통을 짊어지셨던 분, 마침내 인간의 죽음까지도 함께 받으신 예수님은 참으로 인간과 하나 되실 수 있었습니다. 그분이 그토록 인간을 닮고자 하셨기에 이제 우리도 감히 그분을 닮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설명처럼 ‘인간을 신이 되게 하시고자 신이 인간이 되어 오신 사건’이 이천년 전에 벌어졌습니다.
하느님이 인간을 닮아 세상에 오셨듯이 인간도 하느님을 닮아 하늘로 올라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그분을 닮아 거룩하고 뜨거운 열정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도 그분을 따라 숭고한 사랑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역시 한편의 아름다운 ‘사랑의 시나리오’를 완성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송현 신부)
마태에 복음 제 25장에서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는 목자가 염소와 양을 가르듯이 그들을 가를 것이다. 그렇게 하여 양들은 자기 오른쪽에, 염소들은 왼쪽에 세울 것이다. 그때에 임금이 자기 오른쪽에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라.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내가 목말랐을 때에 마실 것을 주었으며,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 또 내가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내가 병들었을 때에 돌보아주었으며, 내가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주었다.’
그러면 그 의인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굶주린 것을 보고 먹을 것을 드렸고, 목마른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고,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습니까? 언제 주님께서 병드시거나 감옥에 계신 것을 보고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이 대답할 것이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가장 작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준 것이 나에게 해준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만드실 때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의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그래서 그가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집짐승과 온갖 짐승과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것을 다스리게 하자.”(창세 1,26)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이 된 우리가 감히 주님의 말씀을 거스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주님을 닮은 우리가 주님께 받은 계명을 저버릴 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루카 6,31)
다미안 신부님은 예수님의 말씀을 몸으로 실천하신 분이십니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는 없다 해도 또 남이 바라는 대로 해 줄 수는 없다 해도 내 욕심 때문에 상대방이 상처 받는 일은 삼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참 사랑이란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레지오 단원들입니다.(마태 5,13-14) 오는 7월 22일 새로운 교리반이 시작됩니다. 복음을 전하는 레지오 단원이 됩시다.(마르 16,15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복음을 선포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