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팔 한 쪽

2008. 9. 19. 오후 10:16:07

글자
없는 팔 한 쪽
 
나스메 소세키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을 때였다. 강의 도중에 자신의 한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강의를 듣고 있는 한 학생을 발견했다. 완고히 엄격했던 그는 그 학생의 수업 태도를 그냥 보아 넘길 수 없었다.
 
자네, 주머니에서 손을 빼게나.
 
하지만 학생은 주머니 넣은 한 손을 빼려 하지 않았다.
화가난 나스메 소세키는 이번에는 직접 연단을 내려가 그 학생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 불손한 자세로 강의를 듣는 게 아니네. 알아들었으면 어서 그 손을 빼게.
 
그러자 그 학생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어렵게 말을 꺼냈다.
 
교수님, 저는 한 쪽 팔이 없습니다.그레서 ….
 
나스메 소세키는 깜짝 놀랐다. 제자의 속사정을 알지 못하고 다그쳤던 것이 미안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곧 미소를 지으며 제자의 등을 토닥거려 주었다.
 
여보게, 교수인 나도 지금 없는 지식을 억지로 짜내서 수업을 하고 있으니 자네도 없는 팔 한 쪽을 드러내주지 않겠나?
 
<어려운 일을 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교육자다   -마이엘->
 
나스메 소세키의 제치를 우리는 뵈어야 겠습니다. 손에 대한 얘기가 나왔으니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저가 성체분배를 하다가 보면 성체를 받을 때 좌측 손이 우측 손 위로 올라가야 하는데, 반대로 우측 손이 위에 와 있는 경우를 봅니다. 손을 보고 세례를 받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을 하기도 하지만, 자칫 본당 신자에게 세례를 받았느냐고 묻는 결례를 범할 수도 있어 눈치로 판단을 할 때도 많습니다.
 
저도 성체분배 경력이 10년을 넘기다 보니,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한다는 말처럼 손 모습이 잘못되어 있으면, 얼른 오른쪽 손을 살피게 됩니다. 요즘은 사고로 인하여, 아니면 풍이나 지병으로 인하여 한 쪽 손을 잘 못쓰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자칫 외모만 보고 상대를 판단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실수를 할 때도 있지요. 저 자신도 상대에게 실수를 하고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칠 때가 많았습니다. 지금에 와 생각하니, 어느 교수의 용기가 부럽습니다.
 
 
실수 얘기를 하다보니 멀마전 일이 생각 나네요. 몇 달 전 우리 본당에서 금천지구 꼬미시움 창단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성당 입구쪽에서 축하 화환을 손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니카회 자매님이 프란치코 단장님, 꼬미시움 단장되신 것 축하합니다. 하는 것이었습니다. 거리도 있고 조금 겸연쩍은 생각도 들고 하여, 감사의 표현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다가 그만 시간을 놓지고 말았습니다. 그 자매님을 뵐 때마다 바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마음에 걸립니다.
 
나스메 소세키 선생님처럼 바로 유머스런 말로라도 때우고 지나갔더라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입니다.
 

♬Isao Sasaki / Sky Walker
 

댓글 2

  • 2008년 9월 20일 오후 2:37

    늘 수고하심에 감사드립니다,아멘^^

  • 2008년 9월 20일 오후 10:10

    항상 일깨워 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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