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의 후회
어느 늦가을 야생 오리들이 어느 집 농장에서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혹한을 피해 멀리 남쪽으로 날아가기 전에 마음껏 곡식은 먹고 힘을 축적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튿날, 출발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오리들이 출발하는데도 한 오리가 “이 곡식들이 너무 맛있군. 조금만 더 먹고 떠나야지”라고 생각하며 홀로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딱 하루만 있으려고 했으나 곡식이 너무 맛있어 그만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가 따뜻한 남쪽으로 떠나야지. 조금만 더, 조그만 더…,” 그 오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곡식 먹기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 추위를 견딜 수 없군.” 오리는 그제야 날개를 펼치고 힘껏 날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살이 너무 쪄서 날아 오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오리는 하는 수 없이 평생 집오리로 살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규한 지음 ‘하느님께 나아가는 세 가지 여행’에서 옮긴 글입니다.)
순간의 달콤함 때문에 결단의 시기를 놓쳐버리고 후회하는 오리의 모습이 곧 우리들의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결단의 시기를 미루면, 원하는 결과를 영원히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술을 끊은 지 벌써 3개월 다되어 갑니다.
처음 제가 술을 끊는다고 하니까 모두들 반신반의 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제가 술을 너무 좋아했거든요. 아니 술을 너무 사랑했거든요. 말로만 해서는 영원히 술을 끊을 수 없겠다 싶어 제가 다니는 성당 카페에 ’금주 선언’을 하였고, 또 저희 회사 그룹웨어 자유게시판에 ‘금주 선언’을 하였습니다.
그래도 한동안 주위에선 유혹이 많았습니다. 오리에게 맛있는 곡식이 유혹을 하였듯이 말입니다.
금연을 한지도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행복은 누가 거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건강도 건강할 때 지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몸이 다 망가진 후에 건강을 챙기려고 하면 이미 때는 늦은 것이지요.
우리는 어느 시기만 되면 결심들을 많이 합니다. 해가 바뀌어 신년이 되면 모두들 담배를 끊겠다고 선언을 하고 장담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얼마 못 가서 곧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맙니다.
오리의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눈앞의 맛있는 곡식에서 눈을 돌려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맛있는 곡식에서 눈을 돌리는 것, 그것은 각자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만물이 결실을 맺는 가을 입니다.
초심(初心)을 되새기며 가을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학생들은 학교에 입학할 때 마음으로, 직장인은 처음 회사에 입사할 때의 마음으로, 부부는 결혼할 때의 사랑 서약의 마음으로, 신자들은 처음 세례 받을 때 하느님과의 믿음 언약의 마음으로 생활을 한다면 하느님께서 많은 사랑을 주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첫 마음이 변치 않는 것은 바로 행복 예약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