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은 누가 울리나...

2007. 11. 7. 오후 7:20:03

글자





선릉에서 / 미카엘


그 긴 세월
녹아든 선릉

은행잎은
노랗게 물들어 하나둘씩
추억을 버린다.

붉게 물든 단풍은
외로이 버티지만
바람에 끝가지가 살랑된다.

역사에 묻힌
전설은
안내판만 녹슬어있고
참새들만 모여서 이야기하는구나.

수많은 발자국은
이제는 보이지 않고
겹겹이 덮인 낙엽만
역사의 존재를 간직한다.

선릉의 역사는 잊어도
구름이 지나간 그 자리는

소곤대는
바람소리만 맴돈다.

 

 

바닷바람 / 미카엘


서해안 바닷가
바람 소리가 짙다.

푸르른 소나무
누렇게 변색된 강아지풀

그 사이에 붉게 타서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

옷깃을 여미며
방향감각을 잊은 풍향계

나는 바람을 맞으며
파도 소리와 대화하고 있다.

바람은 또 다른
바람을 몰고 오고
장난치는 듯
내 옷깃을 흔들어댄다.

나를 실으려듯
바람은
이리저리 춤을 춘다.

오늘은
바람에 기대어본다.

댓글 2

  • 2007년 11월 8일 오전 9:37

    음악을 들으며, 인생 무상과 바닷바람에 실은 시를 감상 하다가 사무실 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파트 위로 보이는 하늘 빛은 뿌연 잿빛입니다. 겨울의 문턱에 선 은행 잎이 立冬의 두 글자에 떨고 있네요. 시와 음악 잘 감상하고 갑니다.

  • 2007년 11월 28일 오후 6:47

    미카엘 형제님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두신 정화숙 도미니카 자매님께서 5구역 3반 반장님으로 순명하셨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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