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향한 긍정, 詩는 사랑과 희망이다

2007. 10. 12. 오후 10:08:52

글자

 

"오늘 귀중한 날"

1950년 등단 이래,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각으로 사랑의 원초적인 힘을 종교적 시각에서 절제, 승화시켜 노래하고 있는 김남조 시인. 이 땅의 온갖 수난과 역경의 역사를 함께 겪으면서도 ‘사랑의 시학’이라는 서정시를 깊이 있게 개척해오며 한국현대시사에서 선구적 역할을 해온 그, 여든이라는 나이에도 한결같은 감수성으로 삶에 대한 긍정을 노래하고 있다. 최근 만해대상 문학부분을 수상한 16번째 시집 <귀중한 오늘>을 내는 등 여전히 바쁜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 그를 낭독무대에 초대했다.

‘시가 무엇인가, 시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시라는 것은 삶과 더불어 있는 것이다. 사람 안에 있는 모든 것에 귀 기울이고 찾아내고, 함께 울고 하는 것이 시가 되는 것” 이라며, “시는 그렇게 위대한 것이 아니고, 삶이 위대한 것이므로 시의 축복과 삶의 축복 가운데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삶의 축복을 받는 것이 정답일 것”이라는 현답을 들려주면서 첫 낭독으로 새 시집에 수록된 시 중 <하늘 깃발>이라는 시를 골랐다.

나이가 들어보면 시 중에 나오는 ‘빈 상자 열었다가 빈 채로 다시 닫을 즈음에’라는 표현처럼 어떤 일상의 사건이 매듭지어 지지 않은 채 하루가 느슨하게 지나가는 것에 대한 허전함 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 데 이 시는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길 가다 비를 만나/ 잠시 들어선 낯선 집 추녀/ 그 집에 젖은 마음 이끌렸으나/ 나는 들기를 마다하고/ 그 집 사람 대문 닫으니/ 그저 그뿐이어라

귀로에 만난 사람 없고/ 내 집에 와서 나를 기다린 이도 없으니/ 거듭 그뿐/ 빈 상자 열었다가 빈 채로/ 다시 닫을 즈음에

비 개인 하늘이/ 사람 마음의 다친 실핏줄들을/ 제 몸 실밭에 받아 감아/ 바람 깁는 바늘귀도 청청한/ 청모시 하늘깃발로/ 너울거림을 본다”


두 번째 낭독은 연작시 <사막> 중에서 여섯 번째 시다. 수년 전 네바다 사막을 문인들과 함께 차를 타고 통과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받은 사막에 대한 충격이 너무나 강렬하고 오래 마음에 남아있어서 그 느낌을 시로 쓰기 시작했다고. 김남조 시인에게 사막이란 마치 지구의 유년시절을 그대로 간직해, 그 때부터 살아있는 사람이 지금도 그곳에 있는 것 같은 ‘강력한 태고’와 바늘로 누르기만 해도 영혼의 골수가 폭발할 것 같은 ‘영혼의 땅’인 것처럼 느껴졌었단다.

마지막 낭독은 <시에게 잘못함>이라는 작품이다.

“어느 날 시가 쓰여진다/ 혈액처럼 고여오는/ 아니 혈액 자체인 그것을/ 원고지 위에 공손히 옮긴다/ 한데 야릇한 의문이 섞여 치받는다/ 더 오래 /절망해야 옳지 않았을까” 로 시작되는 시는 60여 년간 써온 시에 대한 스스로의 정직한 반성을 담은 것이라고 했다.
시를 쓰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시를 쓸 때야 말로 살아있음을 가장 명확히 실감한다는 그는 여전히 치열하게 시를 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시를 더 쓰겠다는 바람보다는 노년기의 은혜를, 그 좋은 햇볕을, 따스함을 잘 누리고 살고 싶다고 말하는 김남조 시인. 젊은 객석들에게 “살아보니 40대도, 50대도, 60대도 다 좋다. 봄도 좋고, 가을도 좋듯 여러분들에게 있어 앞으로의 50년은 계속 좋은 시대일 것”이라며 삶에 대한 따스하고 온유한 시선을 전해주는 김남조 시인과 함께 풍유롭고 희망적인 앞날을 기대하며 가을밤에 스며들 ‘낭독의 향기’를 만끽해본다.

녹화 당일 “오늘이 아마 텔레비전과의 고별이 될 것 같다”고 고백한 김남조 시인. 그 아쉬움을 담아 <낭독의 발견> 김남조 편은 10월 11일, 18일 2부로 나누어 방송될 예정이다.

 


댓글 1

  • 2007년 10월 12일 오후 10:23

    어제 밤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KBS에 들어가셔서 이 프로그램을 다시한번 보세요~ "시는 버리려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버릴려도 버릴 수 없는 것은 종교, 나라, 이웃사랑, 친구사랑, 갈구,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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