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마음

2009. 1. 21. 오전 8:39:37

글자
하나된 마음
              -행복을 발견하는 시간/스스키히데코-
 
시칠리아 섬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섬에는 오래되고 장엄한 성당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햇살을 받아 빛나는 이 성당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지어졌습니다. 아름다운 빛깔의 타일을 하나하나 정성 들여 벽에 붙이는 그 끈기 있는 작업을, 장인들이 삼대에 걸쳐 해 왔기에 지금 여기에서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신앙을 지켜주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지었다는 이름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성당을 올려다보는데 뒤에 누군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초로의 일본 남자가 서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그 남자분이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에서 아버지의 직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아버지는 대게 회사원이었고, 회사 사장도 있었습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는 ‘노가다’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화끈 달아 올랐습니다. 창피했습니다. 나는 아버지를 좋아했지만, 왜 그런 일을 하시는 거냐며 언제나 원망해 왔습니다. 지금 이순간까지…….”
 
회사원이었던 그 남자는 정년퇴직 후 여행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 성당을 들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손자, 이렇게 삼대에 걸쳐 지어진 건축물, 그 혼이 담긴 모습이 마음에 와 닿았던 것입니다.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나라를 위해 일해 왔단다. 내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살아 왔어,’라는 목소리가요.”
 
아버지의 땀방울이 배어 있는 수많은 다리와 도로! 그 위로 차들이 오가고 일본의 산업이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어린 나에게 당신이 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으셨습니다. 내가 언젠가 알아줄 거라고 믿고 계셨겠지요. 그런 아버지를, 그리고 아버지가 해 오신 일을 지금은 진심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나 아버지와 아들의 마음이 하나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나오니 저 세상에 계신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제 아버지께서는 한학을 하셨습니다. 돌아가실 때까지 상투를 하시고 갓을 쓰시고 바깥 출입을 하셨습니다. 옛날로 보면 양반 행세를 하셨던 같습니다. 저희 집에는 날이 저물면 가끔 지나가던 손님들이 찾아오시곤 하였습니다. 집에 사랑채가 있어 그곳에서 아버지와 함께 밤새워 말씀을 나누기도 하셨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제 아버지는 항상 한문으로 된 책을 읽으시고 무언가를 쓰고 계셨는데 지금도 그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지병으로 세상을 뜨실 때까지 열심히 사신 아버지 모습이 새삼 그립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댓글 1

  • 2009년 1월 21일 오전 9:14

    시링채.....정감이 깃든말이고 저같이 서울에서 성장한사람은 접해본적이 없지만,,저도 오래전돌아가신 아버지의 따뜻했던 말씀한마디가 설밑을 두고 그립군요,,아멘!

이야기가있는 풍경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