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인연(因緣)
개강을 석 달 정도가 지나 중간고사 기간이 되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시험 공부를 열심히 한 탓인지 교수님이 강의실에 들어서자 전부 자신 있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교수님이 시험지를 나눠주자마자 학생들은 자신 있게 문제를 풀어나갔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문제는 학생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강의실 안 밖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의 이름을 쓰시오’
그것이 마지막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40대 후반에 파마머리 그리고 키가 자그막 하신 분….
마지막 문제에 자신 있게 답을 적어낸 학생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처구니없는 문제에 화도 난 학생들이 시험을 마친 후 마지막 문제가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 교수님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물론이지, 너희들은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니까, 너희들이 만나는 모든 사람이 너희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지, 너희들이 줄 것이 없다 해도 최소한 따스한 미소와 감사의 인사 정도는 늘 가지고 있어야만 하니까.”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는 무관심하게 살아가는 세상입니다. 다른 사람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듯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늘 꿈꿉니다. 나는 나, 너는 너라고 말하지 않고 다정한 어깨들이 서로 맞대고 사는, 함께 어울려 살면 세상이 훨씬 즐겁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따스한 미소를 건네며 살아가기를 지금 이 땅, 이곳에 함께 서 있는 것을 대단한 인연으로 여기고, 미소 지으며 살아가기를…. 그리하여 당신의 미소가 세상 단 한 가슴에라도 전해져 이 지구상에 미소 짓는 얼굴이 단 한 명이라도 늘어나기를 기도해 봅니다.
그러나 미소는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어젯밤에 아는분들과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느 분의 체험담이 있었습니다. 종로에서 늦은 밤시간 길을 가고 있는데 우연히 사람이 택시에 매달려 끌려가는 것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를 하였답니다. 그런데 그 일로 인하여 증인이라는 이유로 많은 시달림을 당하였다고 세상을 푸념하였습니다.
경찰서에서 증인이라고, 수사에 필요하다고, 그것도 한 밤중에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전화를 해 오고 수시로 경찰서에 출두를 해 다라고 하며, 종국에는 법원에 증인으로 출두하여 신변에 위협을 받고, 죄인 취급을 받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하고서도 그 일 때문에 고통을 받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입니다.
‘내가 위와 같은 일을 당하였을 때 이분과 같은 헌신적인 분이 없었다면?’나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 해 보니, 그 자리에서 “그런 것 신고할 일 아니네”라고 거들었던 자신이 조금은 부끄럽습니다.
이것도 하나의 인연에서 이루어 졌다고 생각한다면, 피해자에 대해 증언을 해 그에게 곤경에서 도움을 준 일을 스스로를 위안하고, 그냥 성난 마음을 달래며, 재수 없는 날이었다고 푸념하고 하늘을 쳐다보며 크게 한 번 웃어 넘길 수 밖에 없는 일이겠죠.
세상의 악연을 인연으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마음을 비우고 역지사지(易地思之 : 처지를 바꾸어서 생각해 봄) 하는 것도 하나의 자기 수양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