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낙엽이 떨어졌습니다. 당신이 있는 곳에도 노란 은행 잎이 떨어지고 있겠죠. 이렇게 낙엽이 지는 계절에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요. 혹여 이 계절에 사람들은 무엇을 떨구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이런 상념에 잠겨 있다면 그 상념에서 건진 당신의 생각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햇살에 익은 것은 단지 열매뿐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햇살은 사람들 마음까지도 성숙하게 합니다. 뜨락에 내리는 햇살을 보면, 스산하던 마음이 차분해지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열매는 나뭇가지 아무데나 열리는 것이 아닙니다. 봄, 여름의 그 화사한 꽃들이 떨어지고 난 다음, 바로 거기, 그 꽃이 진 자리에서 윤기 있고 알찬 열매가 영그는 것이지요.
인생의 열매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쁨이라는 꽃, 행복이라는 꽃, 그리고 그 꽃들이 속절없이 떨어지는 아픔을 느낀 바로 그 절망의 자리에는 어느새 조그만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자라갑니다.
당신께서 원하는 것을 잃었다고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바로 그 자리가 바로 열매의 자리입니다. 당신의 아픔이 크면 클수록 열매는 더욱 탐스럽게 열릴 것입니다.
오늘 당신의 가슴에 열매 맺는 아픔까지 더해져 당신은 더욱 고독하겠죠. 그러나 이 고독은 머지 않아 그 자리에 열매가 열릴 징조랍니다.
금년에는 우리 본당에 크고 작은 일들이 무척 많은 한 해였습니다. 모두들 수고 하셨습니다. 성당 일을 하다 보면 더러는 힘든 일도 있고, 더러는 속상한 일도 있죠. 그러나 그런 이들은 혼자서 그냥 푸념 한 번 하고 넘겨버리세요.
꽃을 떨구면서 남은 상체기에 탐스런 열매가 열리듯 우리의 이해와 수고의 자리에 주님의 은총의 열매가 풍성하게 맺어 질 거니까요. 요 며칠 영하의 날씨를 보이더니 오늘은 바람에 싫은 눈송이를 흩날리네요.
“참 행복은 모두 함께 기뻐하는 길을 찾는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 납니다.
어제는 저의 결혼 34주년 기념일 이었습니다. 이제 70을 바라보는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오랜만에 결혼 기념일을 챙겨 보았습니다. 제 영원한 동반자 글라라와 장모님(글로리아)께 자그마한 선물을 준비했고요. 밤에는 장모님 찾아 뵙고 “장모님 예쁜 딸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큰 절을 올렸답니다. 함께 기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번 더 이해하는 우리가 되어봅시다.”라는 제안을 해 봅니다. 남은 시간 즐겁고 행복하세요.
♬ 첫눈이 온다구요 / 이정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