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노는 것도 하루이틀 입니다.
사실 저도 해야할 일들이 산더미 같습니다.
강의계획서를 만들어야 하고, 올해엔 교재를 뜻하지 않게 두권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과목은 5개이니 강의 준비도 귀찮아도 안하면 안되고,
학생지도계획이니 뭐니 들들 볶이는 잡무들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중도탈락하는 것이 학교 당국으로서는 손해이니
그것을 교수더러 막으라는 것입니다.
학생의 부적응은 교수가 적응하도록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뭘..어떻게 해주어야 그 많고 많은 개성과 환경을 맞추어 줍니까?
암튼 그래서 생겨난 1학점짜리 과목의 이름은 '대학생활'이라는 과목입니다.
생활지도 및 면담이나 수업이나 여러가지 자유재량을 주는 과목이라서
차라리 저는 마음에 두는 그 시간의 주제를 나눠보자고
보고서를 주고 받으면서 면담과 수업을 합니다.
학생들은 그 시간에 이렇게 애쓰는 교수는 첨봤다고..ㅎㅎ
하지만 나는 내 재미로..ㅎㅎ
지난 학기들의 주제는
'자유란 무엇인가?' , ' 아름다운것을 열가지만 열거해보라', '조직에서의 행동이란?'
'화해를 한다는 일은 어떤 일인가?', '자신이 여성이라고 느낄때는 언제이며 사랑이란 무엇인가?'
뭐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은 머리에 쥐가 난다고하면서 들들거리지만
쓰고나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습니다.
이번 학기의 주제는 '일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간직해야 하는 덕목을 3가지만 열거하고
그 이유를 말해보라'는 것입니다.
정말로 머리에 쥐날지도 모릅니다.
일상이라는 일이 머리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나이들어가면서 부터이니
아직도 팔팔한 학생들에게 나이들어가면서 느끼는
재미없고 평범하면서 지루한 일상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라면
무슨 소리를 할지..상상이나 할지..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젊어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재미없고 평범하고 지루하면서도 견뎌내어야만 하는 일상들..
그러나 그것들의 연속이 인생이라는 것들을 말해주고 싶어졌답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인생이 장미꽃 동산이라고 말해주고 싶었단다..
나도 꿈과 모험과 즐거움과 환희가 가득한 곳이 일상이라고 부풀려주고 싶었단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린 너희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래도 잃지 않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고 말해주는 일이란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서울은 집중호우에 하늘에서 물폭탄이 쏟아지는 줄 알았습니다.
날씨는 습하고 무덥습니다.
그러나 나는 활기차게 휴식을 정리하고 작업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역시 동작은 여전히 빈둥대지만
빈둥대지 않으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답니다..히히
그렇게 철딱서니를 차리면서 여름방학이 다가는 소리를 아쉬워 합니다.
